▶이번 대회의 성과는….
“선수들이 그동안 연습해온 새 아이디어와 전술을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결과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팀과 선수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과 문제점을 상당히 파악한 것이 소득이었다.”
▶2002년 월드컵 때까지 어떤 팀으로 만들 계획인가.
“전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한 팀을 만들고 싶다. 팀 조직력 훈련만 잘 해나간다면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자신이 갖춘 기술을 강인한 정신을 바탕으로 전술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큰 성과를 얻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전술을 운용할 것인가.
“나는 항상 선수들을 먼저 본다. 이들이 어떤 종류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 본 후에 가장 적합한 전술을 찾아 나간다. 내 생각으로는 한국 선수들은 훌륭하다. 늘 세련된 축구를 하기 원하는 것 같고 그런만큼 상당히 공격적인 축구로 매력적인 경기를 펼친다.”
▶취약한 수비는 한국축구의 고질적 문제인데….
“모든 문제는 개인적인 기술 부족에서 파생된다. 그래서 현재 선수들의 개인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모든 선수가 5∼10% 정도만 향상돼도 전체 팀 평균 수준은 크게 올라갈 것이다. 그런 후에야 팀 조직력과 전술 수준도 동시에 향상된다.”
▶개인 기술의 경우 월드컵까지 일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향상시키기 어려울 텐데….
“물론 그렇다. 우리가 일년 내내 같이 있다면 다소 낫다. 그러나 이제 겨우 한달 같이 지냈고 선수들은 곧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나는 컨페더레이션컵이라든지 그에 앞서 친선경기 때나 되어야 선수들을 다시 만날 것이다. 이때를 제2기 훈련 기간이라고 보면 된다. 나는 우리가 다시 만나면 선수들이 첫 소집 때 했던 것을 가능한 한 빨리 기억해 주길 바란다. 그러면 우리는 바로 다음 수준부터 시작할 수 있다.”
▶제2기 훈련은 어떤 부분에 집중할 계획인가.
“컨페더레이션컵에는 세계적으로 강한 팀들이 출전하기 때문에 한국이 이들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칠 수 있을지 흥미롭다. 나는 약팀을 상대해 늘 좋은 결과만 얻기보다는 강팀과 경기하기를 선호한다. 그래야 우리의 강점과 약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물론 2기 훈련 내용은 경기를 치러가며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한국선수들이 그동안 감독의 축구철학을 소화했다고 보나.
“나는 선수들이 지난 한달 동안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할 때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첫째주에는 선수들이 다소 수줍어하고 조용했다. 그러나 이제 이들은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투지가 넘칠뿐더러 자신감을 갖고 있다. 아울러 선수들은 팀 조직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하는 전술적인 경기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우리는 다소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유럽과 비교할 때 한국 선수들의 수준은….
“수준은 여러가지 영역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우선 한국선수들의 기술은 좋다. 아울러 전술적인 수준은 단기간에도 많이 성취할 수 있다. 그 동안의 짧은 기간이 입증하지 않는가. 그러나 팀이 훌륭한 경기를 펼치거나 결과를 얻고 싶다면 선수들이 자신의 모든 능력을 팀 전체와 연결해 생각해야 한다. 팀이 가장 중요하다. 만족스러운 것은 한국 선수들이 배우는 데 거리낌이 없고 그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3월에 K리그가 시작된다. 앞으로는 선수들을 어떤 방법으로 계속 테스트할 생각인가.
“현 대표팀이 월드컵에 출전하기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나는 현재 소집된 선수들에 대한 정보는 물론 다른 선수들에 관해서도 다양한 정보를 갖고 있다. 아울러 K리그는 물론 J리그 유럽 등 한국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는 곳은 어디든지 직접 가서 볼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내년에 가장 강한 선택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대표팀이 언제든지 개편될 수 있다는 뜻인가.
“선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3월부터 우리는 1차로 걸러둔 선수들을 모두 볼 계획이다.”
▶대표선수 선발 기준은….
“가장 중요한 조건은 선수들이 아주 강한 정신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전술적인 시야도 물론 중요하다. 게다가 힘과 스피드를 갖춰야 하고 체격 조건도 중요한 잣대 중 하나다.”
▶고종수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데….
“고종수는 아주 훌륭한 선수다. 축구 기술을 타고났다. 그러나 현대축구에서는 선수들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살아남을 수 없다. 나는 이 부분을 고종수에게 요구하고 있다. 물론 고종수는 잘 받아들이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유럽파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설기현의 합류는 기뻤다. 그는 강하고 빠른 선수다. 자신을 내가 생각하는 방향, 팀이 플레이하는 방향으로 맞출 수 있다. 안정환에 대해서도 기대가 높고 이동국은 다음주 내가 유럽에서 직접 그를 만나고 플레이하는 장면을 지켜볼 것이다.”
▶최근 오른쪽 윙백 심재원의 잦은 실수에 대해 말이 많은데….
“그게 바로 그가 플레이하는 중요한 이유이고 이 대회가 중요한 이유다. 물론 결과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바로 그런 선수를 위한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한국 선수들은 거친 국제경기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그런 선수들이 배우는 데 매우 유익한 대회였다. 경기에 아예 출전하지 않으면 실수로부터 배울 수도 없다. 그는 빠르고 기술이 있다. 기본적인 능력을 갖춘 선수다. 그러나 전술과 경험면에서 성장해야 한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 무슨 수로 경험을 얻겠는가.”
▶최근 한국에는 ‘히딩크 신드롬’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감독의 인기가 높은데….
“나는 한국에 오게 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한국민은 훌륭한 경기를 원하고 있는데 내 경험과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도울 것이다.”
<두바이〓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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