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오늘의 전망] 5%대 은행금리, '유동성 장세' 가져오나

  • 입력 2001년 2월 15일 08시 19분


2월들어 외국인들이 '2차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우량 은행주와 증권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한미은행(176만주) 대우증권(61만주), 삼성증권(56만주) 등 금융주들이 전일 외국인 순매수상위 10개종목에 8개 올라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포항제철 등을 대규모로 사들이던 1월과 확연히 달라진 매매패턴을 보이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지수 관련 대형주들을 매수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보다 더욱 설득력 있는 것은 국고채(3년물) 수익률이 5%초반까지 하락했고 금융기관이 수신금리를 잇따라 내리자 '2차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저금리로 상당규모의 자금이 증시로 들어올 것으로 보고 증권주와 우량 은행주들을 매수한다는 주장이다.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은 최근 외국인들의 매수를 뒷받침하기 위해 "3월말까지 펀드멘털보다는 유동성에만 주목하라"는 투자전략을 발표했다.

외국인들의 기대감을 뒷받침하듯 오늘(15일)부터 은행권이 또다시 수신금리를 인하했다.

농협은 1년만기 정기예금금리를 6.2%에서 5.8%로 0.4%포인트 내렸다. 정기예금이 5%대로 진입한 것은 금융권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한미은행도 1년만기 정기예금금리를 6.2%에서 6.0%로 인하했다. 조흥은행(6.3%->6.0%), 평화은행(6.9%->6.4%)도 금리인하대열에 합류했다.

은행권의 금리인하는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이 성사되면 은행금리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증권사에선 5%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인원과 조직통폐합으로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금리인하는 과연 '주식시장의 유동성 공급'으로 귀결될 것인가. 우량 우량주와 증권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선취매 전략은 타당한 것인가.

증시의 다수의견은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모아진다.

'역마진에 시달려 자산운용에 애로를 느끼기 때문'이란게 자금유입을 낙관하는 논거다. 이들은 또한 '정부정책과 맞서지 말라'는 증시격언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금융기관이 공개적으로 정부정책을 거스리기 힘든 '현실'도 반영돼 있다.

심지어 '유동성 장세'에 회의적이던 증권사들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최근 "경기둔화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유동성만에 의한 주가 상승은 한계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수정했다.

경기가 2/4분기에 바닥권을 형성할 것이라며 금리인하에 따른 '유동성장세'를 기대해도 좋다는 입장으로 전환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채권수익률 하락만으로 주식선호 현상을 가져오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CLSA(크레디리요네증권)은 14일 "한국의 채권시장은 유동성과 매매채권이 부족해 주식시장과 불안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채권금리하락과 MMF 수탁고 증가 등 채권시장의 최근 변화를 주식시장의 호재로 받아들이는 것은 단순한 발생이다"고 주장했다.

즉 미국과 달리 한국의 채권시장은 주식시장에 비해 성숙도가 떨어져서 '채권 랠리를 가져온 요인이 반드시 주식시장의 호재로 작용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메릴린치증권도 "금리인하로 은행권에서 투신권으로 자금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단기상품인 MMF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경기선행지수가 회복세를 보여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올 것이다"고 주장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서야 위험자산인 주식투자를 늘릴 것이란 지적이다.

결국 이들은 경기저점에 대한 확신과 한계기업 처리 등이 보다 가시화돼야 저금리가 주식시장으로 자금유입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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