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모크’의 작가인 폴 오스터의 초기작으로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있는 방’ 세 편의 스토리로 이뤄져 있다. 세 편의 얘기 모두에서 자신과 구분되지 않는 타인, 즉 자신의 일부가 형상화된 타인이 등장한다. 젊은 폴 오스터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어 “나는 누구인가”하는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나간다. 나는 이 소설을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와 비슷한 시기에 보았다. 두 작품 모두 나와 타인과의 관계, 나와 나의 내면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됐다.
김지연(서울 강남구 역삼동)
◇‘우리안의 파시즘’(임지현 외·삼인·2000년)
이 책은 내 안에 자리잡고 있는 파시즘을 속속들이 들추어냈다. 그것은 너무도 일상화된 것이어서 책을 읽기 전까지는 결코 알아챌 수 없는 것들이었다. 제도적인 민주화의 틀이 자리잡은 우리 사회가 왜 여전히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있지 못하는가. 국민 개개인의 의식 속에 견고히 뿌리내린 파시즘적 사고방식이 일상적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삶의 전반에서 나타나는 내면화된 전체주의적 생각과 행동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은 그 고질성이 심각할수록 뼈아프다.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개인의 존엄성을 돌아보며 그 소중함을 되새기게 된다.
손철(서울 성북구 종암1동)
◇‘모닥불’(정호승·현대문학북스·2000년)
나는 지금까지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면서 살아왔을까. 어른을 위한 동화는 어른들에게 살아온 과거를 뒤돌아 보게 해준다. 이 책은 우리가 불필요한 어떤 것들을 얻기 위해 땀과 정열을 낭비해 진정 필요한 것들을 방치하지 않았는가 생각하게 한다. 또한 인간과 사물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늘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하게 됐다. 그리고 삶에는 죽음이 필요하고 죽음이 있기에 삶이 빛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송지열(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노탑리 기산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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