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이버드 사장 호리 가즈토모(36)씨의 ‘옛날 이야기’는 요즘 닷컴기업의 유료화가 얼마나 골칫거리인지를 고스란히 대변했다.
96년경부터 일본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자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요금을 내지 않으면 휴대전화 사용이 중단되잖아요. 인터넷을 휴대전화에서 사용하게 하고 콘텐츠사용료를 휴대전화요금과 함께 받으면 되겠다 싶었어요. 각자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니까 비실명의 문제도 없고요.”
‘무선인터넷’이라는 용어도 없던 시절 호리사장은 휴대전화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통신사업자가 과금을 대행해주는 시스템을 생각해 냈다. i모드도 없던 98년 9월 ‘무선콘텐츠 업체’ 사이버드가 설립됐다. 그러나 통신사업자들은 한마디로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했다. 손가락만한 화면으로 무슨 인터넷이냐는 반응이었다.
“10년후, 20년후 삶의 모습은 반드시 변한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런 변화에 내가 방아쇠를 당기고 싶었어요.”
무선인터넷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매일 우스갯소리를 띄워주는 ‘오늘의 농담’ 등을 초창기에 서비스했다. 조금씩 회사가 알려졌고 결국 i모드에도 입성했다.
현재 사이버드는 자본금 24억여원, 직원 150여명, 이용자 200만명의 회사로 성장했고 모두 68개의 무선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51개가 유료.
“실제로 돈을 벌기 시작한 콘텐츠는 ‘파도전설’이죠. 서핑을 위한 파도와 날씨 정보를 하루에 3번 업데이트해서 제공합니다.”
극소수의 서핑하는 사람만이 이용할 것 같은 서비스가 히트할 줄 어떻게 알았을까.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로 뚝딱 만들어보는 것으로 벤처사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성공하는 아이템은 철저한 시장조사가 뒷받침돼 있습니다. 당시에 전화음성으로 제공되던 서비스를 조사했더니 파도와 날씨 정보 사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일찌감치 ‘무선 한 우물’을 선언한 호리사장은 “사람들은 PC에서 쓰는 게 나은 서비스는 휴대전화에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바일의 특성을 살린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도 지난해 8월 사이버드코리아를 설립, 진출했다.
“일본에서 성공한 것을 한국에서 베낀다고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아요. 일본은 도코모가 독점적이니까 도코모가 결정하면 시장이 따라가죠. 한국은 몇 개의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어서 무선인터넷에도 유료화가 쉽지 않습니다. 예컨대 코카콜라 선전음악을 전화벨목록에 넣고 코카콜라로부터 돈을 받는 등 다른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해야 합니다.”
“컴퓨터를 처음 본 중학생 때 선생님이 ‘컴퓨터에게서 무엇을 얻으려면 우선 네가 모든 것을 가르쳐야만 한단다’고 했어요. 94년 인터넷을 접했는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가르친 것으로도 나에게 반응할 줄 아는 컴퓨터’를 본거죠. 이것이 네트워크의 힘이라고 생각했고 95년 난데없이 인터넷사업에 뛰어들었죠. 원래는 법학을 전공하고 경주용 말의 영양을 관리하는 사업을 했었거든요.”
변화를 감지하고 행동에 나선 이력을 살짝 밝히며 호리 사장은 인터뷰를 마쳤다.
<도쿄〓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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