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이전에는 대한제국 말기와 일제강점기에 연해주와 간도 등으로의 강제이주와 하와이 농장이주를 거쳐 60∼70년대 남미 이민에 이르기까지 생존을 위한 이민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80년대 이후에는 삶의 질을 찾아 이민을 떠나는 선진국형 이민으로 성격이 변했다.
외교통상부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형태별 이민자료를 모아 분석해보면 이같은 사정이 잘 나타난다.
외교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80년 이후 지난해까지의 공식 이민자(해외이주신고자)는 모두 49만7104명. 이 가운데 미국 이민자가 36만9279명(74.3%)으로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이민자는 90년대 들어 급격히 줄기 시작해 99년에는 처음으로 캐나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캐나다는 외국인에게 이민 문호를 대폭 개방하고 있는데다 생활수준이 높아 이민자들에게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캐나다 이민자는 지난해에도 9295명으로 전체의 60.6%를 차지해 1위 자리를 고수했으며 80년 이후 전체 이민자 규모에서는 5만8161명(11.7%)으로 2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각각 1만4854명(3.0%)과 1만4271명(2.9%)으로 비슷한 규모를 차지했다.
호주 이민은 80년대 중반 매년 1000명을 넘기도 했으나 90년대 중반 이후 이민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크게 감소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90년대 초반 매년 3000명을 넘을 정도로 이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최근 4년간은 500명 이하로 급감했다.
고려이주공사 관계자는 ”호주는 영어시험 실시 등 이민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있고 뉴질랜드는 산업이 단순해 생계유지와 자기실현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민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체 이민자 규모는 80년대 초반 매년 4만명에 육박했으나 최근에는 1만2000∼1만5000명으로 절반이하로 감소했다. 미국 이민자의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민사유도 크게 변했다.
80년대 초반에는 국제결혼과 친지의 연고초청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90년대 들어서는 취업과 사업 등 ’선진국형 이민’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취업이민의 비중은 99년 전체 이민의 42%를 차지, 연고초청(26%)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55%로 연고초청(22%)과의 격차를 더 크게 벌렸다.
▼미국 이민국 자료 탐사보도협 통해 입수▼
미국은 ‘이민의 천국’이다.
미국 연방이민국(INS)은 매년 수십만명에 달하는 이민자들의 명단과 신상정보를 상세히 기록해 관리한다.
미국은 또 정보공개법(FOIA)과 전자정보공개법(e―FOIA)이 제정돼 있어 누구든지 필요한 절차에 따라 이 같은 정보를 요청해 제공받을 수 있다.
본보 취재진과 순천향대 이민규교수팀은 지난해 8월 미국의 탐사보도협회(IRE)를 방문, INS의 90∼98년 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는 IRE가 INS에 요청해 건네받은 것이다.
취재팀 등은 그 후 80년대 자료를 추가로 IRE에 요청해 지난해 11월 80∼89년 자료를 우편으로 전달받았다.
이 자료에는 한마디로 미국 이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매년 50만∼90만명에 이르는 미국 이민자(영주권 취득자 기준) 명단과 나이, 성별, 직업, 출생국가, 이민사유, 미국내 정착지역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입수한 자료에는 80년부터 98년까지 총 1278만5374명의 미국 이민자의 신상정보가 들어있다. 다만 INS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문제 관계로 이민자의 실명부분은 가린 채로 자료를 공개해 실제 이름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 자료 가운데 출신국가(country of birth) 항목에서 ‘KOREAN’을 추출해 최근 19년 간의 한국 이민의 규모와 특징을 컴퓨터활용보도(CAR) 기법으로 분석했다.
또 다른 나라 이민자 가운데 우리 이민자와 비교할 필요가 있는 항목을 별도로 추출해 한국 이민자가 다른 나라 이민자와 비교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다른 나라 이민자의 추세와 한국 이민자의 추세는 어떻게 다른지, 한국 이민자가 전체 미국 이민자 가운데서 차지하는 비중과 추세는 어떤지 등을 비교 분석했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우리나라 외교백서에 나타난 이민통계는 실제 이민자 수보다 훨씬 적다는 점이다. 외교통상부의 이민자 통계는 합법적으로 이민여권과 비자를 받아 출국하는 이민자만 집계한 것이지만 실제 이민자는 관광 또는 유학목적으로 출국했다가 현지에서 영주허가를 받아 정착하는 경우도 포함돼 훨씬 많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한국 이민자 국가별 현황 | ||
국가 | 합계 | 총비율 |
미국 | 369,279 | 74.3% |
캐나다 | 58,161 | 11.7% |
호주 | 14,854 | 3.0% |
뉴질랜드 | 14,271 | 2.9% |
라틴아메리카 | 26,686 | 5.4% |
유럽 | 9,374 | 1.9% |
아시아등 | 4,479 | 0.9% |
총계 | 497,104 | 100.0% |
한국이민자의 이민 사유현황 | |
사유 | 합계 |
국제결혼 | 67,460 |
연고초청 | 288,862 |
취업이민 | 75,157 |
사업이민 | 43,198 |
집단이민 | 203 |
전체이민자 | 474,880 |
*1980~2000년 고아입양은 포함되지 않음.(자료:외교통상부·보건복지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