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배경으로 삼은 광고 한편을 보자. 그림엔 만원버스를 타려고 안간힘을 쓰는 북한주민들이 보이고 버스 옆면엔 디젤 광고가 붙어 있다. 광고는 입으면 날씬해 보이는 진 제품을 소개한다. “당신이 날씬해지는 데는 한계가 없습니다”란 카피도 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아귀다툼하며 차에 오르려는 사람들은 실갱이만으로도 살이 쭉쭉 빠질 지경이다. 특히나 기아와 관련된 사망자수가 100만명에 달한다는 북한을 배경으로 다이어트 컨셉트의 제품을 광고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비극적 아이러니이다.
얼핏 보면 이 광고는 한 장의 다큐멘터리 사진같은 느낌을 준다. 왼쪽 상단의 디젤 로고만 없다면 퓰리처 상을 받을 만한 역작. 살을 빼기 위해 굶는 세상과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사회가 공존하는 20세기 후반의 모습이 이처럼 극명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 광고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즐기고 있다. 따라서 도덕적인 힐책으로부터 자유롭다. 디젤은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우리 광고는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초도덕적이다”
디젤광고는 금기시하는 게 없다. 동성애부터 인종차별, 민감한 정치 사회문제들을 모두 희화화한다. 이 광고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입장에서야 북한 동포를 비참하게 표현했다는 것에 분노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디젤의 눈에 비친 북한은 클린턴의 성추문처럼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세상일 뿐이다. 그런 소재에 대해 디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세상은 빨리 없어져야 합니다!’라는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세상은 요지경 속이죠?’라며 유머 섞인 냉소를 던진다. 그것이 디젤의 배짱이다.
김 홍 탁 (광고평론가·제일기획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