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45경기 가운데 딱 6경기를 남겨뒀다. 예전 이맘때면 그는 우승을 향한 의욕에 불타 있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챔피언은 고사하고 6강 플레이오프에도 탈락할 처지가 된 것. 기아가 포스트시즌에도 못 오르는 것은 5시즌 만에 처음. 90년 3월 기아에 입단해 10년 넘도록 한 팀에서 뛴 강동희는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기아 숙소의 진열장에 있는 무수한 우승 트로피를 바라볼 때면 한숨이 더 나온다.
“코칭스태프와 구단에 면목이 없습니다.” 바닥을 맴도는 팀 성적과 달리 강동희의 이번 시즌은 화려했다. 19일 현재 역대 최다기록인 경기당 평균 8.44개의 어시스트로 3연속이자 통산 4번째 도움왕을 눈앞에 뒀다. 17일 LG전에서 최초로 통산 1500어시스트를 돌파했고 18일 현대전에서는 맨 먼저 가로채기 400개를 돌파하는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명암이 엇갈린 강동희는 벌써부터 다음 시즌에 대비한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로 풀리지만 다른 팀 이적은 쉽지 않을 전망. 둥지를 옮겨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기아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하고 은퇴하는 게 목표다. 프로통산 최다출전인 216게임을 기록하고 있는 강동희는 300경기를 채우고 코트를 떠날 생각. 기아가 올해 플레이오프에 탈락하면 올 용병과 국내 신인 드래프트에서 우선 지명권으로 우수 선수를 뽑을 수 있어 전력보강으로 노려볼 만한 상황이 된다는 것. 부상만 없다면 체력 문제도 별로 없어 앞으로 2시즌 정도를 거뜬히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정규시즌이 끝나면 곧바로 모교 중앙대에서 후배들과 체력훈련을 하며 새롭게 출발할 생각이다.
강동희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었다”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미리미리 준비하는 길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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