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러브 앤드 섹스>"완벽한 짝은 없다"

  • 입력 2001년 2월 19일 19시 01분


잡지기자 케이트(팜케 잰슨)는 13명의 남자를 사귀어 봤으나 모두 실패로 끝났다. 어느날 화가 아담(존 파브로)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곧 이들에게도 권태기가 찾아온다.

여성감독 발레리 브라이먼의 데뷔작 ‘러브 앤드 섹스’(Love & Sex)는 연애의 황홀한 시작과 지루한 지속, 그리고 그 귀착점을 여주인공 케이트의 시점에서 바라본 로맨틱 코미디.

케이트는 “E.T.처럼 긴 손가락”에 어지간한 남자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는 꺽다리 여자이고, 아담은 “큰바위 얼굴”에다 몸매는 두루뭉실한 남자.

브라이먼 감독은 완전무결하지 않은 남녀 주인공을 내세워 그들처럼 결점이 많은 현실의 연인들이 겪었음직한 감정의 기복을 묘사한다. “오래된 부부의 ‘사랑해’라는 말은, ‘치즈 샌드위치’와 다를 바 없다”는 등 두 남녀가 주고받는 경쾌한 재담처럼, 가볍게 톡톡 튀는 영화.

그러나 정작 제목으로 내세운 ‘사랑과 성’에 대해서는 변죽만 울리다 만 느낌. 금방 시드는 열정에 씁쓸해하던 남녀 주인공은 갑자기 세상에 완벽한 짝이란 없다는 교훈을 깨닫고, 예정된 해피 엔딩으로 쉽게 발을 내딛는다.

갈등은 피상적이고 그 해결은 너무 단순해 사랑과 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에도, 로맨틱 코미디다운 달콤한 환상의 구축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24일 개봉. 18세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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