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한국 B2B 아직 멀었다…2년간 200여 업체중 10%만 거래

  • 입력 2001년 2월 21일 18시 39분


“한국의 산업구조와 기업간(B2B) 전자상거래는 궁합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산업연구원(KIET) 디지털경제실 장윤종 박사가 최근 업계에서 자주 듣는 소리다. 업체 관계자들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프라인에서 하던 업무를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기면 전자상거래가 되지만 한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구조의 차이〓최근 2년 사이에 200여개 B2B 업체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거래실적이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은 24개에 불과하다.

장윤종 박사는 “B2B를 납품 하청관계로 한정할 때 제품표준화, 시스템기반의 부실 등 기술적인 문제점은 물론 거래방식이 온라인과 맞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제조업체는 온라인 거래 전에도 부품을 공급받을 때 제품규격과 품질수준을 제시하고 공개입찰을 통해 하청업체를 선정해왔다. 이 관행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기면 입찰에 참가하는 하청업체의 수가 크게 늘어 부품구입비용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자동차 선박 철강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부품별로 한두 개의 하청업체를 지정, 거래하는 폐쇄적인 하청구조를 갖고 있다. 대우차 납품업체는 현대차에 납품하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 일부 제조업체는 하청업체의 기술력이 떨어지다 보니 기술지도를 해가며 하청업체를 육성해왔다. 또 재벌 계열사들은 소속사끼리 거래를 하는 데 익숙하다.

화학 B2B업체의 한 관계자는 “가격도 싸지 않은데 불편한 점만 많아 온라인 거래는 형식이고 실제는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거래한다”고 밝혔다.

▽오프라인의 혁신 없는 B2B는 불가능〓산업자원부 전자상거래지원과 권평오 과장은 “전자상거래 도입에 앞서 우선 한국적 거래방식이나 하청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B2B활성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폐쇄적인 하청구조를 개방형 구조로 바꿔야 한다. 또 라이벌 회사의 CEO끼리 만나 전략적 제휴를 맺어야만 산업 내 B2B가 활성화돼 전자상거래의 혜택이 커진다는 것.

업계는 한시적으로라도 전자상거래분에 대한 세금만큼은 적게 내도록 하는 등 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자상거래를 한 결과가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라면 어떤 기업이 B2B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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