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웬 한숨. 무슨 고민이 있어요?”
“음, 그냥 사는 게 힘들어서.”
“뭔데요. 얘기해 보세요. 혹시 제가 위로가 될지 모르잖아요.”
“잘 나가는 대학 친구들을 만나 한 잔 했지. 밤 12시 넘어 집에 갔더니 1시간 동안 문을 두드려도 아내가 문을 안 열어주더군. 당신 같은 사람 필요 없다며. 실은 얼마 전 직장을 잃고 술에 절어 살았거든.”
“제 얘기를 할게요. 전 27세에 눈이 멀었어요. 애가 둘이나 있는데 이혼당했죠. 처음엔 진짜 죽고 싶었어요. 그러다 종교를 가졌죠. 지금은 잘 살아야지 하는 의욕도 생겼고 즐겁게 살고 있어요.”
“….”
잘 곳도 없고 기분도 우울해 서울 신촌의 한 안마시술소를 찾아간 명문대 출신의 강모씨(39). 맹인 안마사(여)와 나눈 얘기를 전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여자. ‘사과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로 시작하는 노래를 부르며 밝은 얼굴로 나를 위로하는데 눈물이 쏟아질 것 같더군. 한없이 부끄러워지더라고.”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