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자금 940억은 안기부예산＂ 김기섭씨 진술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신한국당이 96년 안기부에서 총선자금을 지원받으면서 국가 예산임을 알았는지에 대한 검사의 질문에 “그렇게(안기부 예산이라고) 추측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2일 본보가 검찰 수사기록에서 확인한 김전차장의 이 같은 진술은 당시 지원된 총선자금은 국가 예산이 아니며 돈의 성격을 전혀 모른다는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의원 등 당시 신한국당 관계자들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전차장은 “돈을 신한국당에 지원하기 전후에 강의원과 어떻게 접촉했느냐”는 질문에는 “1년에 몇 번씩은 강의원과 전화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 전화를 했을지는 모르나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의원의 변호인측은 “문제시기를 전후해 강의원이 김전차장을 만난 적도, 전화통화를 한 적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전차장은 “총선자금으로 지원한 940억원은 안기부 예산”이라고 밝힌 뒤 “경상비 항목에서 많이 빼내고 사업비와 기타 항목에서 조금씩 빼냈기 때문에 안기부 운영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전차장은 “당시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얻을 수 없다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와 국정을 돕는다는 생각에 혼자 결정해서 한 일”이라고 말하고 ‘윗선’의 지시나 보고 여부 등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