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동안 한 달간 서울의 거리 실태를 조사한 대학생 오정애씨(23·한림대 식품영양학과 4년)가 내린 총평이었다.
“길거리에 쓰레기가 많이 나와있는데도 제시간에 치우지 않아 쌓인 쓰레기 봉투가 터져서 악취를 풍기는 곳이 많았습니다.”
오씨가 돌아본 곳 중 가장 지저분했던 곳은 청계천 뒷골목. 화물차의 노상 주차는 물론 인도를 점령한 노점상으로 인도와 차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씨를 포함해 대학생 14명이 아르바이트를 겸해 겨울방학 동안 직접 훑어본 서울의 거리는 폭이 25m 이상인 205곳 759.7m. 27일간 매일 왕복 8㎞를 걸어 실태를 점검했다.
서울시가 부탁한 조사항목은 낮에 쓰레기를 배출하거나 노점상, 입간판, 불법주차 실태 등 가로미관을 해치는 6개 항목이었다.
대학생들의 눈에 비친 서울의 거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불법주차.
전체 지적건수 3만332건 중 압도적으로 많은 42.1%(1만2761건)를 차지했다. 특히 불법주차 건수의 39%(4981건)는 사람들이 다니는 보도에 무단으로 차량을 세워둔 것이어서 행인들이 거리를 다니는 데 큰 불편을 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불법주차에 이어 문제가 많은 항목은 △입간판 24.4%(7408건) △노점상 난립 12.2%(3697건) △낮에 쓰레기배출 11.8%(3576건) △노상적치물 9.1%(2762건) △보도블록손상 0.4%(128건) 순이었다.
이를 ㎞당 평균 적발건수로 환산해 보면 약 20건. 결국 시민들은 50m를 걸을 때마다 평균 한 번꼴로 불법주차, 쓰레기배출, 노점상 등 각종 문제점에 부닥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학생들이 꼽은 ‘워스트’ 거리는 629건이 지적된 남부순환로를 비롯해 가마산길(594건), 고산자로(539건), 연서로(467건), 왕산길(466건) 등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남부순환로의 경우 총 조사거리가 30.9㎞에 달해 실제로 가장 많이 지적당한 곳은 가마산길”이라며 “또 ㎞당 문제점이 가장 많은 거리는 배오개길로 168건”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이 선정한 ‘베스트’도로 1위는 잠실길. 기간 중 지적건수가 한 건도 없었다.
이외에 장충단길(3건), 헌릉로와 삼청동길(5건)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항목별로 보면 청소상태의 경우 ‘중간’ 이하로 평가된 곳이 61%. 이 가운데 상당수는 상가지역 주변이나 2개 자치구 이상이 겹쳐 ‘관리사각지대’에 빠진 지역이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거리 실태를 마친 오씨 등 대학생들의 한결같은 소감은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한 기대였다.
“음식물쓰레기통에 몰래 일반쓰레기를 버리는 등 ‘얌체족’이 여전히 많았어요. 행정당국도 그렇지만 시민의식도 같이 성숙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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