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맛집 주변에는 ‘원조’ ‘진짜 원조’ 등의 간판을 내걸고 음식점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손님들이 북적대는 곳이 ‘진짜’일 가능성이 높지만 과연 ‘원조’는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원조집에서 창시한 ‘원조 메뉴’는 반드시 맛이 있는 것일까?
인터넷 요리사이트인 요리조리닷컴(www.yorizori.com)이 이 해답을 찾기 위해 ‘원조집’을 찾아 나섰다.
이 사이트 김은영 대표는 “한 메뉴를 최초로 개발한 음식점을 ‘원조’로 해석할 수 있지만 네티즌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조리비법이나 최고의 맛을 보유한 곳을 원조로 꼽기도 한다”며 “수백년간 대물림하는 음식점이 없는 상태여서 1차로 수십년간 한 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맛집을 원조집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요리조리닷컴은 최근 닭갈비, 냉면, 부대찌개, 떡볶이 등 4개 메뉴를 대상으로 네티즌들의 추천을 받아 ‘현장 취재’를 통해 원조집을 선정한 데 이어 다음주부터 두 달간 ‘원조집 찾기’ 2라운드로 들어간다. 2차 원조집의 메뉴는 해장국, 소머리 국밥, 족발, 감자탕, 낙지볶음, 돼지갈비, 설렁탕, 순대 등이다. 1차로 선정된 원조집으로 나들이를 해보자.
▽떡볶이〓서울 이화여대 앞 ‘민주떡볶이’, 충북 청주시 충북대 앞 ‘일미당 뚝배기’ 등 전국 28개 떡볶이집이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최종 우승자는 TV 고추장상품 광고에 출연해 “며느리도 몰러…”라는 유행어를 퍼뜨린 서울 중구 신당동 ‘마복림 할머니’(02―2232―8930). 이 집은 마복림 할머니(81)가 1953년부터 시작해 홀로 다섯 아들을 키워낸 삶의 터전. 그래서 며느리 다섯 명이 아직까지 식당 일을 돕고 있다. 1인분에 150원이었던 것이 요즘 1500원으로 오른 상태지만 어묵, 쫄면, 만두, 계란 등을 구미에 따라 즉석 볶음해 먹는 요리법은 변치 않고 있다.
▽닭갈비〓‘춘천’이라는 지명이 따라 붙어야 맛집 반열에 들 수 있지만 부산의 ‘유가네 닭갈비’ 등 다른 지역 음식점을 꼽은 네티즌들도 꽤 있었다. 강원 춘천시 명동 닭갈비 골목에 몰려 있는 30여개의 닭갈비 음식점 중 ‘우미닭갈비’(033―253―2428)가 원조로 낙점됐다. 30여년 전통의 이 곳은 얼지 않은 닭고기살에 각종 야채를 넣고 볶지만 깔끔하면서도 뒷맛이 순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냉면〓서울시내 ‘옥류관’과 ‘삼봉냉면’, 경기 평택시 ‘고박사집’ 등도 물망에 올랐으나 서울 중구 오장동의 ‘함흥냉면 전문 흥남집’(02―2266―0735)이 당첨됐다. 1953년 문을 연 이 곳의 함흥냉면은 매운 고추장 양념에 편육, 홍어회 등을 비벼서 먹는 것으로 물냉면인 평양냉면보다 ‘자극적’이다. 냉면은 계절에 상관없이 찾는 애호가들이 많아 원조집 선정에 어려움이 컸다.
▽부대찌개〓미군부대 주변에서 발달된 메뉴로 소시지를 기본으로 김치, 당면, 두부 등으로 얼큰하게 끓여내는 맛이 일품이다. 네티즌들이 추천한 29곳의 부대찌개집은 대개 수도권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이중 10여개 부대찌개 음식점이 몰려 있는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1동 찌개골목 내 ‘오뎅집’(031―842―0423)은 4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며 원조 칭호를 얻게 됐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