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보석 관련 시설은 전체의 5% 정도인 1905평에 불과하고 호텔과 사우나 시설이 주류를 이룬다.
개발 동기도 즉흥적이다. 지난 해 보석가공업자가 경치를 보고 내놓은 아이디어만 믿고 군이 덥석 나섰다. 더욱이 이곳에서 2㎞만 내려가면 올 7월 가동할 동면취수장이 있다. 이 때문에 원주지방환경청은 이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다양한 관광자원 개발이 시급하다”며 “환경당국과 협의 중이지만 원칙적으로 10만평 이하는 군수가 국토이용계획을 바꿔서 지역 사정에 맞게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가 만신창이가 되는 데는 세수확보에만 집착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논리가 깔려 있다. 더욱이 단체장은 다음 선거 때 ‘표’를 위해 개발에 목을 맨다. 따라서 각종 개발사업 인허가를 남발하게 되고 그 결과 산골 구석구석까지 러브호텔과 골프장이 들어서고 상수원에 호텔과 콘도가 버젓이 들어서는 사태를 맞은 것이다.
▼글 싣는 순서▼ |
1. 정치논리에 춤추는 개발 |
이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는 당연히 뒷전이다. 환경부는 최근 2000년 8월 이후 지방자치단체 개발사업 중 93.6%에 대해 ‘결격’ 판정을 내렸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개발계획은 일단 졸속인데다 규모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며 “상식에서 벗어난 개발계획안은 99% 지방 유지의 땅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는 지자체와 토착 유지의 유착 비리를 낳기도 한다. 98년 제2기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 중 사법처리된 사례는 17%인 40명. 1기 단체장 사법처리자 18명의 배가 넘는다. 검찰이 지난 해 ‘난개발의 주역’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을 꼽은 것도 이 때문.
골프장 인허가 남발에서도 문제가 드러난다. 2000년 말 기준으로 건설 중이거나 사업승인을 받은 전국의 골프장은 기존 골프장(148개)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82곳에 이른다.
전북 K시 관계자는 “18홀짜리 골프장 하나에서 취득세와 등록세 100억원을 징수할 수 있다”며 “마땅한 세수원이 없는데 어떻게 골프장 건설의 유혹을 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7월 그린벨트 내 골프장 건설허용을 앞두고 광주시에만 무려 13건의 골프장 건설신청서가 접수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치단체장이 개발제한구역의 상당 부분을 쉽게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발제한구역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국회 건교위에 계류중이다.
김정수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책국장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세수확보에 대한 지자체의 지나친 집착은 도리어 재정 악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자체들이 관광용지 산업단지 택지 등을 조성해 땅 장사를 하려다 미분양으로 낭패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춘천시 의암호 한가운데 있는 붕어섬 개발 사업이 대표적인 예. 춘천시가 관광용지로 개발하기 위해 91년부터 66억원을 쏟아 부으며 나무를 베어내고 석축공사를 마쳤다. 그러나 기업들의 외면으로 잡초만 무성한 채 10년 가까이 방치돼 있다.
지자체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인 산업단지도 마찬가지. 의욕만 앞선 개발로 미분양 산업단지는 415만평에 이른다. 2조원어치의 땅이 잡초 속에 묻혀 있는 셈이다.
환경부 정연만 국토환경보전과장은 “정작 난개발은 조금씩 국토를 갉아먹는 소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이뤄진다”며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마구잡이 개발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단체들은 “주민소환제 등을 도입해 잘못된 개발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충남 금산군 이색 '反개발'▼
개발의 광풍에 역행하며 ‘군내 1000개 자연공원’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인삼의 고장인 충남 금산군이다.
금산군은 71.5%가 임야이고 3000여 개의 크고 작은 산이 있다. 금산군의 목표는 이 산들을 잘 가꿔 ‘생태 산촌마을’로서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 체계적 육림으로 목재의 가치를 높이고 버섯 약초 등 부수적 생산물을 얻는 것이 개발정책보다 경제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장기적으로는 깨끗한 자연을 찾는 도시인들로 인해 관광수입도 증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발 욕구도 만만치 않았다. 본격적인 친환경정책이 추진된 98년에는 “왜 당장 돈이 되는 개발을 하지 않느냐”며 일부 군민과 채석업자들이 군수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시인 출신인 김행기 군수는 “공장을 짓는 것보다 굴뚝 없는 산업을 밀고 나가는 것이 금산의 희망이 될 것”이라며 이 정책을 고수했다. 지금은 대다수 군민이 정책의 효과를 믿고 자연공원을 자치적으로 운영해보겠다고 나서기도 한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그렇다고 금산의 개발이 정체된 것은 아니다. 금산읍은 인삼유통 중심지에 걸맞은 소도시로 만들기 위해 도시계획구역을 확장하는가 하면 도로 건설에도 분주하다. 중부대학이 있는 마전지구도 읍 규모 도시로 개발할 계획이다. 즉 군 전체로 볼 때 개발할 곳과 보존할 곳을 확실히 하는 것이 금산군의 전략이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