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속에서 남과 북의 사회는 서로 군비경쟁과 체제경쟁에 집중하였으며 이것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증오로 국민들을 내몰았다. 이러한 정치·사회·군사적 분단비용은 결국 양사회의 발전의 질곡을 가져왔으며 남쪽은 군사독재체제와 IMF라는 경제위기에 직면하였으며 북쪽은 1당지배체제와 기아사태라는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 어느 것 보다 민족의 이익이 우선한다는 선언과 리인모 노인의 북송으로 시작된 김영삼정부의 대북정책은 보수진영의 반발로 한완상부총리의 퇴진과 북한핵위기설로 치달아 급기야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한국정부가 막고 나서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가 진행되고 평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남북화해목소리가 한반도를 향해 울려퍼졌지만 한국정부는 북한과 화해할 어떠한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이러한 속에 남북정상회담과 6.15남북공동선언은 세계적인 관심속에 이루어져 이산가족상봉, 군당국자간 회담, 경의선철도 건설, 김대중대통령의 노벨평화상수상 등의 성과를 내어왔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이루어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사회는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정부정책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하며 북한불변론, 시기상조론등의 이견이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에 수정을 요구해왔다.
더욱이 미국의 공화당정권의 등장으로 이러한 의견들은 더욱 힘을 얻었고 부시정부도 NMD·TMD의 추진에 따른 적당한 긴장관계가 필요하게 되었으며 그 타겟은 바로 북한으로 상정되었다.
이에 다급해진 정부는 김대중대통령이 임기후반부로 들어서는 것과 남측의 경제사회적 어려움들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까지 남북관계의 안정화를 생각하게 되었으며 북한 또한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을 통한 개혁개방정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남한과의 관계 개선과 경제적 금수조치의 해제와 정치군사적 안전보장을 위한 북미외교수립을 동시에 이루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속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평화구축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절대절명의 해법으로 자리잡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대내외적인 우려들을 불식시키고 안정화된 경제협력과 정치군사적 긴장해소를 이루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들을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첫째로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한국전쟁의 휴전당사자는 북한·중국과 UN을 대표로 한 미국 사이에 이루어져 평화협정의 당사자 문제가 있지만 이것은 남북이 불가침선언을 채택하고 4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방법으로 진행이 된다면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둘째로 이러한 선언적 조치와 함께 실질적인 평화에 관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것이다.
지금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재래식무기가 배치되었으며 전방병력 또한 100만이상의 무장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남과 북은 이러한 재래식무기의 후방배치와 병력의 감축을 위한 군축을 선언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산가족상봉을 자유로운 왕래와 서신의 전면허용, 상설 면회소설치등의 조치와 민간교류협력을 보장하며 경제협력에 있어 사회간접자본의 남한 투자를 유치하는 등의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법제도의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넷째로 이러한 남북정상회담등의 고위급회담을 상설화하여 다시는 긴장이 조성되거나 상호불신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근대역사 이래 두 번째 기회이자 위기를 맞고 있다. 8.15해방 이후 극심한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인하여 50여년의 분단세월을 겪어야 했다.
이제 그 분단의 역사를 끝내고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세기를 열어가기 위한 기회가 우리의 눈앞에 와있다. 남북의 정권은 물론 모든 민족구성원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라는 큰 전제아래 이념적갈등과 소아적발상을 버려야 할 것이다.
김정일위원장의 답방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성사되어야 하며 평화를 갈망하는 우리 민족의 지혜가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청산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면 평화정착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한반도에 평화와 민족의 화해이다.
차승렬/경실련통일협회 부장karun@mail.ccej.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