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이래서 명작] 나사니엘 호손의 '주홍글씨'

  • 입력 2001년 2월 28일 10시 29분


"아이 아버지의 이름은 절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너무 깊이 찍힌 낙인이어서 도저히 이 글자를 뗄 수 없습니다. 제 고뇌 외에 그분의 고통까지도 함께 견디고 싶습니다. "

호손은 작품을 쓸 때마다 항상 아내 소피아의 반응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주홍글씨》를 발표한 후, 이런 기록을 남겼다.

'소피아는 작품의 결말 부분에 마음 아파하다가 심각한 두통을 앓고 침대에 누워버렸다.' 그래서 그는 후속 작품 《일곱박공의 집》에서는 마지막 부분으로 갈수록 점차 음울한 파국을 향하는 이야기를 의식하고는 '결말에 약간의 햇빛을 쏟아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작가 수업의 시기 - 청교주의의 유산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에서 7월 4일에 출생한 나사니엘 호손은 네 살 때에 선장이었던 아버지가 열병에 걸려 객사하자, 어머니와 누이 엘리자베스와 루이자와 더불어 외가로 이사해 쭉 외가에서 성장하였다. 외가인 매닝가에는 외할머니를 비롯하여 많은 이모들이 있었고, 따라서 호손은 어린시절 자신의 누이들과 어머니를 포함하여 많은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성장했다. 이런 사실은 호손이 당대의 어떤 남성작가보다도 여성인물을 많이 창조하였으며 여성의 문제에 진지한 관심을 보여준 것을 설명해준다.

그는 메인 주에 위치한 보우든 대학을 졸업한 후 고향인 세일럼으로 돌아가 약 12년간 어머니와 누이들과 살던 집의 다락방에서 독서에 몰두하며 지낸 것으로 유명하다. 소문에 의하면 이 기간 동안에 호손은 사람들과 거의 교제를 하지 않고, 낮에는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으며, 밤에만 거리를 배회하였다고 한다. 호손의 이같은 내향적 특성은 흔히 청교주의의 유산을 물려받은 음울한 세계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은 호손은 자신과 청교주의 조상과의 연관성을 부정하려 한 것으로 오히려 유명하다. 호손은 1828년경 원래는 athorne이었던 성에 w를 첨가하여 Hawthorne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는데, 이 사실은 호손이 자신과 청교도 조상들을 분리하려고 한 행동으로 생각된다. 호손의 조상들 중에서 존 호손은 세일럼의 마녀재판에서 주역 노릇을 한 재판관이었고, 그 전대의 윌리엄 호손은 퀘이커교도들을 이단으로 몰아 박해한 것으로 유명했다. 호손은 몇몇 중요 단편들에서나 《주홍글씨》에서 교조적이며 독단적인 청교도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세상과의 교제를 시작하다

어쨌든 세일럼에 칩거한 12년 동안은 호손에게는 문학수업의 시기였다. 이 기간 동안에 호손은 단편소설을 익명으로 기고해 출판하곤 했는데, 그의 작품을 높이 평가했던 엘리자베스 피바디는 그를 자신의 집에 초대했다. 1837년 11월에 이루어진 피바디가의 방문은 호손에게 인생을 바꿔놓을 사건이 된다. 엘리자베스 피바디에게는 소피아라는 병약한 여동생이 있었는데, 호손은 소피아를 만난 후 그녀에게 강렬한 관심을 갖게 된다. 두 사람은 아무도 모르게 4년여에 걸쳐서 열렬한 연애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웠다.

소피아의 존재는 호손을 마침내 골방에서 끌어내 세상과 접촉하고 그 속에서 삶을 꾸려갈 준비를 하게끔 했던 것 같다. 소피아를 만난 이후 결혼하기까지의 사이에, 호손은 잠시 동안 보스턴의 세관에서 계량관으로 일하기도 하고, 소피아와의 신혼을 시작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유토피안 실험공동체였던 브룩팜에 참여하기도 했다. 마침내 1842년에 결혼한 두 사람은 콩코드의 올드맨스라는 곳에서 꿈 같은 3년간의 신혼시절을 보낸다. 이 시절에 호손은 많은 단편소설들을 썼고, 이를 모아서 《올드맨스로부터 나온 이끼들》을 출판했다.

◇미국인들이 사랑한 작가

문필 생활로 가정을 꾸리기가 힘겨웠던 호손은 세일럼의 세관에서 일을 시작한다. 이후 3년 정도 이곳에서 공무를 보는 동안에 창작활동은 하지 못했다. 1849년 민주당의 정권 상실로 호손은 직장에서 파면되고, 이후 인생의 전환점이 된 《주홍글씨》를 발표함으로써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는다. 이어서 호손은 《일곱박공의 집》, 《블라이드데일 로맨스》를 발표했다. 1853년에는 영국의 리버풀의 영사로 부임하여 4년여간 공무를 수행했고, 영국생활을 마친 후에는 프랑스와 이태리에서 3년 정도를 보내면서 《마블 폰》을 발표했다.

비록 다작을 남긴 작가는 아니지만 호손은 미국문학사상 비평 경향의 부침에 불구하고 중요 작가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고 사랑받아온 작가에 속한다. 위의 장편들 외에도 호손은 주옥 같은 단편소설들을 100여 편 남긴 작가로 기억되어야 한다. 그의 단편소설들은 《두 번 들은 이야기들》,《올드맨스로부터 나온 이끼들》, 《눈의 이미지와 다른 이야기들》이라는 단편집들로 엮여 출간되었다.

아울러 호손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집인 《신기한 이야기책》, 《탱글우드 이야기들》을 출판했고, 또한 영국에서의 생활을 기록한 《옛날 우리 고향》이라는 수필집도 썼다. 또한 대학시절 친구인 프랭클린 피어스의 대통령 당선을 돕기 위해 그의 전기를 써서《프랭클린 피어스의 생애》로 출간하기도 했다.

호손은 생애의 마지막 몇 년 동안 작품을 마무리하려고 여러 번 시도하다가 끝내 실패하고 미완성인 원고를 남겨놓았는데, 이를 정리해놓은 책들은 현재 《미국 권리주장자의 원고》와《불로장생약 원고》로 출간되어 있다. 이들 미완성 원고들은 호손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이후의 미국문학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다.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남편보다 먼저 매사추세츠 베이 식민지의 보스턴에 와서 살던 헤스터 프린은 그 지역의 존경받는 목사 딤스데일과 사랑에 빠진다. 그 결과 펄을 낳고 일생 동안 간통 Adultery이라는 의미의 주홍글씨 A를 가슴에 달고 다니라는 판결을 받게 된다. 펄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밝히라는 주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비난과 고통을 홀로 감내하며 끝내 비밀을 지킨다. 그런데 실종된 줄 알았던 남편 칠링워스가 나타나고, 그는 신분을 감춘 채 헤스터와 딤스데일 사이를 오가며, 비밀을 캐내 복수하기로 마음먹는다.

홀로 비난을 감수하는 헤스터와 악의 화신처럼 변해가는 딤스데일 사이에서 날이 갈수록 양심의 가책 때문에 괴로워하는 목사 딤스데일은 마침내 사람들 앞에 모든 사실을 밝히기로 마음먹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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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옥< 덕성여자대학교 교양학부에 재직 / 영미문학연구회 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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