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증시는 시장의 전망대로 큰 폭 밀리면서 출발, 갈수록 낙폭이 확대되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특히 선물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한 외국인들의 선물매도는 가뜩이나 움츠러든 증시를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거래소-코스닥-선물시장 모두 지지선이 일시에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특정한 지지선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강력한 지지선의 붕괴는 곧 강력한 저항선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다행히 주가지수의 급락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2주 동안 방향성을 상실했던 주가지수의 급락의 배경과 전망을 전문가들을 통해 들어본다.
◆유남길 현대증권 주식운용 팀장
미국증시의 동향과 고객예탁금의 증시유입 여부가 현재 한국증시의 주요 관건이라는 점에서 볼때 이들 재료가 증시를 뒤흔든 하루였다. 이런 와중에 특히 미국 나스닥선물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당분간 뚜렷한 매도-매수 포지션을 보이기보다는 장중 변동성 확대를 이용한 매매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선물시장은 풋옵션 순매수잔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당분간 매도세를 취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의 증시부양 의지가 지수의 추가하락을 얼마나 막아낼 지 변수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지수가 550선 이하로 밀릴 경우 연기금을 동원, 지수 방어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추가하락의 여지는 있지만 큰 폭의 급락 가능성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송한진 신한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 차장
오늘은 지수가 빠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는 20일까지는 미국의 금리인하를 기대하기 어렵고 나스닥 시장이 기술주 중심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등 악재가 호재를 짓누르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서 550포인트 아래로 지수가 하락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투신사의 펀드매니저들도 550~560포인트를 바닥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이 저점 매수세에 본격 가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SK, 현대차, 유한양행, 제일모직, 제일제당, 신세계 등 중가권 대표주는 너무 많이 하락했다고 본다. 이들을 중심으로 지수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 다음주 주초반의 경우 선물과 옵션의 지수 만기일이 겹치는 날인 더블위칭데이(오는 8일) 때문에 일시적으로 지수가 출렁거릴 수는 있을 것이다.
◆강일성 신영증권 애널리스트
코스닥의 거듭된 약세는 미국증시가 2월 이후 계속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오후 나스닥 선물이 2000포인트 아래까지 내려간 것이 우리 증시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동안 많이 빠졌으나 나스닥지수가 바닥이라는 인식은 아직까지 조성되지 않은 것 같다. 당분간 우리주식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코스닥지수가 더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날 낙폭은 과하다는 생각이다. 거대매물대 아래로 내려왔으니 지수는 당분간 72~75포인트 선에서 하방경직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허경량 한화증권 애널리스트
이날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외국인들의 대규모 선물매도였다.
나스닥과 일본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외국인들이 선물을 처분했다.
지수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해외시장의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 미국증시도 중요하지만 일본 상황에 더욱 주목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현재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지수가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연기금과 정통부 자금 등이 증시에 투입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고 고객예탁금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MMF등의 단기 자금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겠지만 그것도 어려울 것으로 본다.
현재 증시 주변에는 우울한 얘기들만 나돌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보수적인 관점을 갖고 투자에 임해야할 것이다.
◆김성노 동부증권 애널리스트
이날 폭락의 원인은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매도와 고객 예탁금의 급격한 감소의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고객예탁금의 경우 무려 4500억원이 빠져나갔다.
1차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570선이 무너졌다. 다음 주 중에 2차 지지선이라할 수 있는 550선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 지켜봐야할 것이다.
8일 선물-옵션 만기일에 따라 내주 초반의 전망도 밝지 못한 상황이다.
선물-옵션 만기일의 영향으로 내주 초에는 프로그램 매도세가 나타나면서 약세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8일을 지나서는 단기적으로 커진 낙폭을 이용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지수의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3월의 증시는 미국시장과 완벽하게 연동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미국경제가 지난해 9월부터 재고조정을 보이고 있는데 과거의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재고조정은 10년을 주기로 9개월간 지속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올 상반기까지는 미국 증시가 계속해서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3분기 정도가 돼야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돼 4월쯤이 지나야 지수의 상승세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동아닷컴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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