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비트에서 인간으로

  • 입력 2001년 3월 2일 19시 11분


◇비트에서 인간으로/존 실리 브라운 외 지음/이진우 옮김/352쪽, 1만2000원/거름

어느 한 사건이 인간과 사회적 환경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만한 동력을 가질 때 우리는 이를 혁명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혁명이라 부를 수 있는 사건으로는 자본주의의 경제적 패러다임을 창출한 산업혁명, 시민계급의 탄생과 민주주의의 토대를 구축한 프랑스혁명을 들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 진보에 따른 또 하나의 혁명적 시대를 살고 있는데,이를 학자들은 정보혁명이라 부른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들이 기술하고 있는 정보화, 정보혁명, 지식사회 등의 개념은 현재의 기술진보에 대한 전망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찬 청사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한 신경제, 인터넷시대, 지식경영 등과 같은 용어는 한결같이 기술의 발전이 곧 인간과 사회의 진화로 이어질 것을 예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기술을 창조하고 있는 주체는 바로 인간이며, 정보통신기술이라는 결과물 역시 인간이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필요에 따른 산물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여기에 주목한다.

과거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이와 같은 인간적 가치를 무시하고 탄생했던 수많은 기술과 제도가 주류적 패러다임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경우를 기억하고 있다. 이는 모두 기술이나 제도가 갖는 인간적 측면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보혁명의 기준을 인간과 사회에 맞추지 않고, 인간과 사회를 정보혁명이라는 틀 속에 구속해 재단하려 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억지 혁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오늘날의 디지털 세계에서 인간은 ‘소외’에 대한 우려와 ‘발전’에 대한 희망 사이에서 고뇌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조화’와 ‘균형’이라는 가장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가치에로의 복귀이다.어떠한 기술이라도 그것이 인간과 ‘조화로운 공존’을 이룰 수 없다면, 그 기술은 아무런 가치를 가질 수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 저서는 매우 인간적이고 유익한 정보경영서라 할 수 있다. 정보화와 지식경영의 주체는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상균(아시아컨텐츠닷컴 대표)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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