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군침 넘어가는 형형색색의 중국요리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드라마, 무엇보다 주인공 정신상태가 정상인 드라마! 그 얼마나 기다렸던가.
<맛있는 청혼>은 제목처럼 보는 맛이 있는 드라마다.
일단 얼굴이 새롭다! 내가 좋아하는 정준, 소지섭이야 그냥 보기만 해도 좋지만 TV에서 첨 보는 손예진을 보면 "오호∼쟨 누군데 저렇게 참할꼬"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소유진을 보면 "물건 되겠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신인들이지만 웬만한 반짝 스타들보다 연기력도 괜찮고 극중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또 매 회 등장하는 현란한 중국요리도 예술이다. 요리가 '아트'에 가까운 일이라고는 늘 생각했지만 <맛있는 청혼>을 보다보면 당장 중국집에 전화해서 "지금 TV에 나오는 그거, 갖다주세요!"하고 싶어진다. 게다가 영화 <북경반점>에서 갈고 닦은 정준의 그럴듯한 자세! 칼질은 약간 서툰 듯 보이지만 불길이 확 일어나는 프라이팬을 든 모습만큼은 그럴 듯하다. 역시 요리는 눈으로도 즐기는 것!
그런데 모든 메뉴를 다 잘하는 음식점이 드물 듯, <맛있는 청혼>이 전부 맛있는 건 아니다. 새로운 얼굴들과 화려한 접시들이 너무 뻔한 틀 속에서 움직여 보는 맛을 뚝 떨어뜨린다. 드라마가 어느 정도 뻔한 거야 뭐, 흉도 아닌 시절이지만 이건 완전 <맛의 달인> + "각종 무협"의 짬뽕인지, 볶음인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복수를 결심하는데 알고 보니 원수의 딸을 사랑하는 건 무협이요, 각종 대회를 통해 요리의 달인이 되어가는 과정은 '맛의 달인'이다. 뻔한 틀 속에서 약간의 변주를 할만도 한데 전혀! "앞으로 이렇게 되지 않을까?"하면 꼭 그렇게 된다. 이러니 드라마가 김빠진 맥주처럼 맹숭맹숭하고 늘어진 고무줄처럼 긴장감이 없다.
또 <맛있는 청혼>은 드라마의 양념을 자처하는 코믹조연이 너무 많다. 맛있는 단무지도 느끼한 거 먹을 때 한 두 점 집어먹으면 상큼하고 좋지만 삼시 세끼 먹어대면 신물 넘어오듯 코믹 조연도 긴장된 드라마 중간 중간에 나오면 재미있고 반갑지만 줄창 얼굴 내밀고 오버액션하는 데는 정이 안간다.
스토리가 뻔하니까 든든한 조연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시작부터 코믹터치의 드라만인데 둔한 나만 모르고 있는 건지…, 양대 '달인' 박근형, 김용건과 네 주인공을 빼면 거의 코믹한 캐릭터이다. 그 수많은 인간들이 웃기려고 용을 쓰는데 문제는 별로 웃기지는 않다. 억지로 웃다보면 오히려 씁쓸하다. <맛있는 청혼>에 웬 쓴 맛?
하지만 난 <맛있는 청혼>을 계속 볼 꺼다. 정준을 귀여워하는 아줌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뻔∼한 스토리 속에 뭔가 '건강함' 같은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른 드라마들처럼 멋진 배경음악 깔고 일 좀 하는 척 하면 새벽이 와버리는 식의 노력이 아니라 소박하지만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그 모습에 괜히 기분 좋아져서 "그래, 이 맛이야∼"하고 입맛을 다시며 TV에 달라붙는다.
<맛있는 청혼>의 뻔한 끝을 보기 위해.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