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공성 자금 쏟아붓기 심하다

  • 입력 2001년 3월 9일 18시 31분


정부가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공공성격의 자금을 지나치게 헤프게 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월 말이라는 구조조정 시한을 스스로 못박는 바람에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을 차분하게 추진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주가지수와 채권금리에 집착했다는 것.

시장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국민부담이 무거워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 자금이 또 다른 형태의 공적자금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회생가능’ 기업 회사채 1조3800억원 어치 사들여〓기업내용이 좋은데도 얼어붙은 금융시장 때문에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올 들어 이미 1조3800억원(만기 돌아온 회사채의 80%)이 지원됐다. 20%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갚아야 한다. 1월 7560억원, 2월 5071억원에 이어 이 달에는 3400억원을 만기가 돌아온 기업의 회사채를 떠안는 데 썼다.

최중경(崔重卿)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은 “고려산업개발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중 20%를 소화해낼 능력이 없어 부도처리됐다”며 “산업은행이 우선 회사채를 대부분 떠안았지만 이중 4300억원어치는 국민연금과 은행 투신 등 기관투자가에게 팔렸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이 제도로 채권수급은 원활해졌지만 혜택을 많이 받은 일부 대기업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대비책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또 지난해 하반기 2차례에 걸쳐 은행 보험 투신사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동원해 20조원 어치의 채권형펀드를 만들었다. 투신사와 돈을 낸 기관들이 10조원 어치씩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연기금 동원해 주식 수급 조절〓구조조정 결과로 주식시장의 성패가 가려지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정책 당국은 당장 수요세력을 끌어 모으는 데 매달리고 있다. 2월까지 정부는 연기금 주식투자를 위해 전용펀드 2조1000억원 어치를 조성했다. 하반기에는 주식투자가 금지된 41개 기금에 대해 투자제한 족쇄를 풀 방침이다. 임종룡(任鐘龍) 재경부 증권제도과장은 “올해중 연기금은 주식을 3조원 어치 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안정대책과 공적자금 투입현황▼

구 분주요 내용투입 금액
산은 통한 회사채
신속인수제
-1월 7560억원, 2월 5071억원
3월 3400억원(예정)
-1월 이후 회생가능 기업 회사채 1조3800억원어치 인수(1년 동안 한시운용)
채권형 펀드
조성
-은행 보험 연기금 등 통해 20조원어치 조성-파악 안됨
연기금 주식투자 유도-2월까지 연기금전용펀드 2조1000억원 조성
-41개 연기금 주식투자 제한 규정 철폐 추진
-올해 중 연기금 주식투자 3조원어치 예정
프라이머리CBO,
CLO통해 기업
자금 조달 지원
-2월까지 10조1000억원 지원-10조1000억원
신용보증 통한
기업자금 지원
-올해 중 최대 54조원 목표(지난해 33조원 공급)-내년도 신용보증기관 지원 예산으로 1조4250억원 요청
공적자금
추가투입
-부실은행 하나로종금 서울보증보험 금고 신협 및 은행 차입금 상환 -지난해 추가 조성한 40조원 중 17조원 이미 사용

▽민관의 엇갈린 대책 평가〓정부의 수급위주 금융시장 정책에 대해 민관의 시각은 크게 교차된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매달리다 보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이제부터 기업을 ‘살리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신우(姜信祐) 굿모닝투신운용 상무는 “살릴 경우도 엄정한 기준과 분명한 논리, 최소한의 범위에서 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살리는 구조조정을 하는 범위가 너무 넓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기환(金基煥) 삼성투신운용 상무는 “시장안정을 위해 인위적으로 돈을 쏟아붓는 것보다 기업투명성을 높이고 대주주의 모럴 해저드를 엄격히 막을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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