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읽었다]'모택동 비록'外

  • 입력 2001년 3월 9일 19시 13분


◇소설보다 재미있는 중국 '文革스토리'◇

‘모택동 비록’(산케이신문·문학사상사·2001년)

중국 문화대혁명이 일어나게된 동기, 전개과정, 그리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치밀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소설책 뺨치는 재미가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이 1999년 개방된 많은 역사 자료들 가운데 진기한 자료 250권을 추려낸 뒤 이를 재구성한 책이다. 문혁 10년간 공식적으로 3만4000명이 죽음을 당했고, 1억명이 피해를 입었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풀리지 않는 의문. 남의 역사를 들추어 내는 데에는 열심이면서 자기 나라 역사를 바로 세우는 데에는 무관심한 일본인의 속내였다.

구본선(인천 강화군 교동면)

◇영화에 못다룬 JSA의 과거 실감나◇

‘DMZ’(박상연·민음사·1997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보여주지 못한 많은 것들을 읽을 수 있다. 특히 판문점 내의 총격사건을 조사해가는 중립국감독위 소속 소령의 과거사가 주목된다. 남한도 북한도 아닌 브라질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빨치산 출신 아버지의 슬픈 운명. 소령은 아버지에 대한 연민 속에서 총격사건의 진실을 통해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다. 작가는 시종일관 현재의 남북 분단 상황을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보여주려 한다. 밤 새워 반공 웅변대회를 연습하고, 산으로 삐라를 주으러 다니고, ‘간첩 잡는 똘이장군’ 만화를 봤던 세대라면 공감할 것이다.

이혜정(경기 광명시 하안동)

◇이론가 그람시의 따뜻한 모습 새로워◇

‘감옥에서 보낸 편지’(안토니오 그람시·민음사·2000년)

‘헤게모니론’ ‘진지전’ 같은 개념들을 만든 이탈리아 좌파지식인인 그람시의 옥중 편지 모음.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에 의해 생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내냄으로서 오히려 더욱 빛나는 존재가 된다. 그의 편지에는 냉철한 두뇌를 가진 이론가로서의 그람시보다는 따뜻한 가슴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많이 부각되어 있다. 아내와 두 아이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 지적 동료인 처형과 나눈 충고의 글에서 ‘인간적인’ 인간의 모습을 본다. 폐쇄된 공간에 유폐되어서도 끝까지 의연하게 권력에 대항하는 모습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기용(전북 부안군 행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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