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필라델피아는 지난 2년간 팀을 맡았던 테리 프랑코나 감독을 해고하고 새로운 사령탑으로 래리 보와를 선택했다. 보와는 필라델피아가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1980년 당시의 우승멤버. 과거 필라델피아에서 주루 코치를 한 경력도 있어 팀사정에도 밝은 편이다.
전력 보강 차원에서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은 마무리투수 부분. 필라델피아는 뉴욕 메츠에서 자유계약으로 풀린 존 프랑코에게 마무리투수 자리를 보장하며 영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대신 호세 메사와 리키 보탈리코를 영입했으나 두 선수 모두 마무리투수로서는 하향세에 있는 선수들.
보스턴에서 좌완 셋업맨 릴 코미어를 데려와 불펜진을 보강했고 백업 멤버로 브라이언 L 헌터와 캐빈 오리를 영입하며 외야와 3루 수비를 보강했다.
팀을 떠난 선수로는 선발요원인 캔트 보텐필드와 지난 시즌 팀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던 제프 브랜틀리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 보텐필드는 휴스턴, 브랜틀리는 텍사스와 각각 계약했으나 이들의 공백은 팀전력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듯.
2. 예상 라인업
덕 글랜빌 (중견수)
말론 앤더슨 (2루수)
바비 애브래유 (우익수)
스캇 롤렌 (3루수)
팻 버렐 (좌익수)
마이크 리더달 (포수)
트레비스 리 (1루수)
지미 롤린스 (유격수)
[선발 투수]
랜디 울프
브루스 첸
로버트 퍼슨
오마 달
클리프 폴리트/크리스 브룩
마무리 투수 - 호세 메사/리키 보탈리코
3. 필라델피아의 강점 - 안정된 선발진
부동의 에이스 커트 실링은 없지만 팀의 선발진은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그것은 올시즌 선발진의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할 젊은 투수들 - 랜디 울프, 브루스 첸, 로버트 퍼슨 - 이 지난시즌의 활약을 통해 충분히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팀 선발진의 핵심은 랜디 울프와 브루스 첸 두명의 좌완 듀오.
울프는 올시즌 팀의 개막전 선발이 유력시 되고 있다. 비록 빅리그 3년차에 불과한 울프이지만 실링과 애쉬비가 없는 필라델피아 로테이션에서 울프는 이제 팀의 에이스 역할을 담당해야 할만큼 성장했다. 브루스 첸도 필라델피아로 이적한 이후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며 과거 애틀란타의 최고 유망주였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첸은 올시즌 팀의 2선발로 나설 것이 유력하며 최소한 두자리수 이상의 승수를 보장할만큼 구위는 위력적이다.
필라델피아에게 있어 더욱 더 고무적인 것은 이들의 나이가 불과 23세(브루스 첸)과 24세(랜디 울프) 밖에 되지않을 정도로 젊다는 사실. 이들이 경험을 좀 쌓은 몇년 후가 되면 필라델피아는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좌완 듀오를 거느리는 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시즌 3.68의 방어율을 기록한 로버트 퍼슨이 뒤를 받치고 있으며 비록 지난시즌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생산력있는 구위를 지닌 오마 달도 보다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 이들이 정상적인 로테이션을 이루어 준다면 필라델피아는 젊으며 상당한 짜임새를 갖춘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발진은 비교적 안정이 됐지만 마무리 쪽은 여전히 불안하다. 프랑코 영입에 실패한 필라델피아가 차선책으로 선택한 투수는 호세 메사. 그러나 메사는 지난시즌 사사키 때문에 셋업맨으로 밀려난데다가 마무리 투수 시절에도 그 능력에 대해 큰 의문점을 남겼던 투수였다. 메사의 대안으로 함게 영입한 리키 보탈리코 역시 캔자스시티 시절 소방수라기보다는 방화범으로 더 악명을 날린 투수여서 필라델피아는 올시즌에도 마무리투수 쪽에 큰 문제점을 안고 가야할 가능성이 많아졌다.
4. 약점 - 젊은 라인업
사실 필라델피아의 타선에는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바비 애브래유는 미래의 타격왕으로 평가받을만큼 정교한 타격솜씨를 지녔다. 그리고 매년 30개 가까운 홈런을 기록할만큼 파워도 수준급이며 선구안 역시 리그에서 손꼽힐만큼 뛰어난다. 스캇 롤렌은 현재 팀의 간판이며 제 2의 마이크 슈미트로 불리울만큼 대단한 기대를 받고 있다. 공수를 모두 겸비했고 40홈런이 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장타력을 지니고 있어 차세대 메이저리그를 대표할 3루수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슈퍼 유망주로 불리우는 팻 버렐은 차세대 올스타 감이며 트레비스 리는 입단 계약금으로만 1000만불 이상을 받은 귀하신 몸이다. 덕 글랜빌은 수준급의 리드오프 능력을 지녔고 마이크 리버달은 골드글러브 수상과 30홈런 이상을 모두 기록할만큼 공수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포수이다.
더구나 이들은 모두 젊다. 실제로 필라델피아 라인업을 살펴보면 글랜빌을 제외하고는 모두 20대의 젊은 나이들이다. - 리버달(29세), 말론 앤더슨과 애브래유(27세), 롤렌과 트레비스 리(25세), 버렐(24세), 지미 롤린스(22세). 이렇듯 뛰어난 재능을 지닌 젊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은 팀의 미래를 생각해 보면 아주 바람직한 요소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모든것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의 모습이다. 올시즌 필라델피아의 타선에 대한 평가는 긍적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인 요소가 훨씬 많다.
글랜빌은 지난시즌의 처참한 성적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완벽하게 발휘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말았다. 그러나 올해 31살이 되는 글랜빌에게 더 이상 유망주라는 명칭을 쓰는 것은 어색해 보인다. 롤렌은 고질적인 등부상이 그의 성적을 깎아먹고 있다. 롤렌이 최근 2년 동안 결장한 경기수는 무려 84경기. 매년 40경기 이상 결장하고는 40개의 홈런을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버렐은 이제 겨우 빅리그 2년차에 불과하며 트레비스 리의 지난시즌 성적은 그가 과연 100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았는지를 의심하게 하고 있고 팀타선의 리더 역할을 해야할 리벌달도 부상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전체적인 타선의 짜임새가 떨어지고 젊은 타선에 흔히 나타나는 경험 부족의 약점도 군데군데 들어나고 있다. 필라델피아로서는 이와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면 올시즌에도 팀득점과 팀홈런 부분에서 리그 최하위를 차지했던 지난시즌의 악몽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5. Key Player - 호세 메사
메사는 올시즌 새롭게 팀의 마무리투수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그러나 메사에 대한 평가는 그리 긍적적이지 못하다.
최근 3년동안 메사가 기록한 성적 중 가장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바로 방어율(1998-4.57, 1999-4.98, 2000-5.36)이다. 마무리투수로서 방어율이 4점대 이상이라는 것도 불만이지만 더욱 더 불안한 점을 갈수록 방어율 수치가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메사는 이기간 동안 고작 35세이브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지난시즌 필라델피아의 최대 약점은 바로 불펜진이었다. 불펜진이 기록한 5.72의 방어율은 내셔널리그 최하위 기록이고 세이브도 총 34세이브(54번의 세이브 기회)만을기록했다. 또한 팀을 가장 고민스럽게 만든 부분이 바로 마무리투수 부재. 제프 브랜틀리는 23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안 5.86이라는 믿기지 않는 방어율과 5번의 블러운 세이브, 7번의 패배를 기록해 불펜진 약화의 주원인을 제공하고 말았다.
필라델피아는 메사에게 과거와 같은 완벽한 마무리솜씨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최소한 지난시즌의 브랜틀리보다는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메사는 여전히 90마일 중반대의 빠른 볼을 구사하고 있어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컨트롤을 좀 더 가다듬는다면 1, 2년 정도는 필라델피아의 마무리투수로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 2001시즌 전망
필라델피아의 현전력을 냉정히 평가해보면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팀들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랜디 울프와 브루스 첸이 축이 되는 선발진은 비교적 안정감을 이루고 있지만 경험이 부족한 젊은 투수들 위주로 로테이션이 짜여져있다. 확실한 에이스도 없으며 투수진의 리더 역할을 해줄만한 선수도 없는 형편이다. 더구나 마무리투수 불안은 젊은 투수들의 승수를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점도 악재로 나타나고 있다. 팀타선도 젊다는 이유로 무한한 잠재력이 돋보일 뿐 올시즌에는 짜임새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듯 투타에서 발란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필라델피아로서는 올시즌 내내 고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미 지난시즌 커트 실링, 앤디 애쉬비 등을 트레이드 하면서 본격적인 리빌딩 작업에 돌입한 팀의 입장으로서는 이들에게 경험을 축적해준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시즌에 임한다면 보다 좋은 결과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한/ 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