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세이커스의 조우현(25·1m90)이 바로 이런 경우. 중앙대 전성기를 이끌며 현주엽(골드뱅크 클리커스)에 이어 국내 선수로는 두 번째로 96년 월드유스팀(20세 이하)에 선정돼 미국의 차세대 드림팀과 한판 승부를 펼치기도 했던 조우현은 99∼2000시즌 동양 오리온스에 입단한 뒤 ‘탱자같은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조우현은 중앙대 시절의 은사인 김태환감독이 LG 사령탑을 맡은 뒤 올시즌부터 LG에 합류하며 대학시절의 명성을 회복했다.
LG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SK 나이츠를 꺾을 수 있었던 것은 정규리그 MVP 조성원이란 타고난 슈터 덕분이기도 하지만 조우현의 ‘조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SK전에서 리바운드의 절대 열세속에 LG가 선택할 수 있는 작전이란 외곽포 승부밖에는 없었고 조성원 혼자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임무. 그 짐을 나눠진 선수가 바로 조우현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1쿼터 로데릭 하니발의 힘을 빼기 위한 사석용으로 나섰던 오성식을 대신해 2쿼터부터 코트에 나선 조우현은 종료 3분전 3점슛을 성공시키며 2쿼터 이후 첫 역전을 이끌어내는 등 고비마다 3점슛 5개를 터뜨리며 극적인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조우현이 LG 이적후 곧바로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다. 외모와는 달리 마음이 약한 조우현은 동양 시절의 주눅든 플레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흐름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해 팀이 상승세를 탈 때는 같이 잘했지만 위기를 맞거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다른 동료들에 앞서 위축된 플레이로 분위기를 흐렸다.
이런 조우현을 끝까지 믿고 자신있는 플레이를 주문한 사람이 바로 김태환감독이다. 김감독은 조우현의 부진으로 경기가 뒤집어졌을 때도 교체카드를 꺼내들지 않은 채 끝까지 뛰게 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었던 것.
그 결과 동양시절 포워드에서 LG 이적후 포인트가드로 변신한 조우현은 빠른 발과 돌파력으로 조성원에게 득점기회를 만들어주는가 하면 슈터의 임무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올 정규리그에서는 경기당 평균 14.4득점과 4.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조우현은 “SK보다는 우리팀 선수들의 체력이 좋기 때문에 속공찬스와 외곽슛을 잘 살린다면 2차전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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