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KBS 새주말극<푸른 안개>의 이경영

  • 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33분


이경영(41)과 마주한 순간, 하얗게 센 머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가 맡게 된 주말극 주인공의 나이가 40대 초반인데 비해 분장이 너무 나이들어 보인다고 하자 그는 “분장한 게 아니라, 제 머린데요” 했다. 그 동안은 계속 검게 염색하고 다녀 자신도 몰랐는데 어느날 거울을 보니 하얗더라며 웃었다.

중국 양나라 주흥사(周興嗣)가 하룻밤에 천자문을 짓고 머리가 하얗게 셌다는 고사가 떠올라 “천자문이라도 썼냐”고 농담을 던지자 뜻밖에 “아, 며칠전에 시나리오 탈고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제목은 <몽중인>. 7월쯤 크랭크인할 예정인데 감독도 하고 주연도 맡아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 다할 생각이란다. 가수 이현우와 이장훈이 조연급으로 등장하기로 했다는 얘기까지 하고서는 “오늘은 드라마 얘기를 해야 되는데…”라며 화제를 돌렸다.

24일부터 방영되는 KBS2의 새 주말극 <푸른 안개>에서 그는 20대 초반의 여자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40대 유부남 ‘윤성재’를 연기한다. 그의 운명을 바꿔놓는 스물세살의 스포츠댄스 강사 ‘이신우’ 역은 실제로 그와 스무살쯤 차이가 나는 탤런트 이요원이 맡았다.

성공을 향해 앞만 보며 달려온 40대 대기업 사장. 그 동안 쌓아올린 명예와 부, 그리고 안락한 가정이 우연히 알게 된 젊은 여자 때문에 송두리째 흔들린다. 처음 찾아온 사랑의 감정때문에 그는 허우적대고….

줄거리만 보면 그렇고 그런, 통속적인 드라마다. 그는 “PD를 믿는다”고 했다. 연출은 <거짓말> <바보같은 사랑> 등의 드라마를 통해 ‘매니아 팬’까지 거느리고 있는 표민수 PD가 맡았다.

지난해 SBS드라마 <불꽃>에 이어 공교롭게도 계속 ‘불륜의 사랑’에 빠지게 된 이경영은 “ 특히 40대의 사랑은 주위 사람을 배려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하기가 더 힘든 것 같다”고 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택한 남자의 ‘끝’은 쓸쓸하다. 함께 떠나기로 한 신우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성재는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와도 이혼한다. 5년후 성재가 웨이터로 일하고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 우연히 신우가 남편과 아기와 함께 들른다. 성재는 한 눈에 여자를 알아보지만 신우는 그를 끝내 알아보지 못한다.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과연 사랑이었을까. 이혼의 아픔을 지닌 배우로서 사랑에 대해 생각이 많은 듯 보이는 이경영은 고(故) 김광석의 노래 제목으로 답을 대신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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