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개 치키티토/필리파 피어스 글/앤터니 메이틀런드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229쪽, 5500원/시공주니어
‘이번 생일 선물로 개가 어떻겠냐?’(본문 13쪽)
“야호!”
벤은 환호성을 질렀다. 벤의 소원은 개를 키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외할아버지가 이번 생일에 개를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니, 꼭 말로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서둘러 하는 귓속말, 의미 심장한 눈짓 등이 오갔고, 그 정도면 약속을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요 몇 달 동안 벤은 자나깨나 개 생각만 했다. 친구가 되어줄 어른스럽고 영리한 동물은 개 뿐이었다. 햄스터도 이구아나도 비둘기도 아닌. 벤은 정말 개를 갖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어떤 개를 선물로 줄까? 벤은 모든 종류의 개를 머리 속에 떠올리며 마음껏 상상을 하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개에 대한 책들을 보며 가장 멋진 놈을 골라 보기도 했다.
그 열망이 너무나 절실해서 어느날부터인가 눈을 감아도 벤의 눈앞에 개가 환히 떠올랐다. 아니, 또렷이 보였다. 개는 문득 앞다리를 쭉 뻗은 다음, 뒷다리를 하나씩 뻗어 탈탈탈 흔들었다. 그리고 나서 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개는 치와와종의 ‘아주아주 작은 개’ 치키티토였다!
그날 이후, 벤은 어디서건 눈을 감으면 치키티토를 만날 수 있었다. 키치티토는 눈덮힌 벌판에서 늑대떼와 용감하게 싸우기도 하고, 지하철 안에서 얌전히 벤의 발치에 와 서 있기도 했다. 작고, 용감하고, 영리한 개 치키티토는 언제나 벤과 함께 있었다. 그러나 눈을 떠보면 사라지고 없고….
개를 키우고 싶어하는 그 또래 아이들의 마음이 절절하게 와 닿는다. 상상 속에서 밖에 마음에 드는 개를 기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손에 잡힐 듯 실감나고, 그러한 일을 치러내면서 부쩍 자라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고 미덥다. 세밀하고 차분한 묘사가 아이의 심리 상태를 환히 그려내면서 등장하는 인물 하나 하나에 따뜻한 체온을 불어넣는다. 생일날에도 성탄절에도 무조건 개를 선물해달라고 떼쓰는 아이라면 3학년 이상만 되어도 기쁘게 읽을 수 있겠다.
(아침햇살아동문학회)achs003@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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