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글래디에이터, 아카데미 5개 부문 휩쓸어

  • 입력 2001년 3월 26일 18시 53분


‘로마의 검투사’가 결국 ‘중국의 무사’를 무찔렀다.

2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두고 ‘글래디에이터’와 ‘와호장룡’이 마지막까지 팽팽한 접전을 벌였으나 수상의 영광은 ‘글래디에이터’가 차지했다.

감독상은 ‘에린 브로코비치’와 ‘트래픽’ 두 편의 영화로 후보에 올랐던 스티븐 소더버그가 ‘트래픽’으로 받았다.

최다 부문 후보(12개)에 올랐던 ‘글래디에이터’는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 시각효과 음향 의상 등 모두 5개 부문에서 상을 타며 올해 최다부문 수상영화가 됐다.

10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던 ‘와호장룡’은 최우수외국어영화 음악 촬영 미술감독 등 모두 4개 부문에서 상을 타 ‘글래디에이터’의 뒤를 바짝 좇았다.

남녀 주연상은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와 ‘에린 브로코비치’의 줄리아 로버츠에게 각각 돌아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글래디에이터’는 황태자의 질투로 로마 장군에서 노예 검투사로 전락한 뒤 복수의 일념에 불타는 막시무스 장군(러셀 크로)의 와신상담(臥薪嘗膽)을 그린 대작. 할리우드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서사영화를 웅장한 전투장면과 정교한 컴퓨터그래픽으로 되살려냈다.

고뇌어린 표정의 러셀 크로는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액션 스타로 등극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3일 개봉돼 서울에서만 123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올해 시상식 결과는 절대로 모험을 하지 않는 아카데미의 오랜 전통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글래디에이터’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열린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최우수 작품상을 탄데다 경쟁작 ‘와호장룡’이 외국어 영화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는 덕택에 시상식 이전부터 가장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거론됐다. 결국 아카데미는 ‘벤허’ ‘스팔타쿠스’ 등 할리우드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스타일의 영화인 ‘글래디에이터’를 올해의 영화로 선택했다.

시상식에 앞서 할리우드 주변에서는, 지난달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처럼 ‘글래디에이터’가 작품상을, ‘와호장룡’이 감독상을 타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와호장룡’의 리안(李安)감독은 아카데미의 높은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날 시상식은 세계 140여개국에 TV로 중계됐으며 국내에는 케이블채널 HBO를 통해 생중계됐다. 슈라인 오디토리엄은 시상식 사흘전 공사용 비계가 무너지는 바람에 5명이 다치는 불상사를 겪기도 했으며 아카데미 시상식과의 인연은 올해가 마지막. 내년부터 시상식은 신축 중인 전용관 코닥극장에서 열린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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