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장의 발언은 ‘국정원이 국정 전반에 대한 예측 정보를 챙겨서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것. 한나라당은 그러나 국정 예측 정보가 실제로는 국내 정치 정보를 의미한다고 단정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논평에서 “국가안보 업무에만 충실해야 할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망국의 지름길”이라며 “국정원이 또다시 구태를 답습할 경우 국정원은 물론 정권의 존립조차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정원 사정에 밝은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신원장을 과거 5공화국의 장세동(張世東), 6공화국의 서동권(徐東權)전 안기부장에 비유했다. 두 사람 모두 정권 말기에 강성 정치를 주도하면서 차기 대통령선거의 토대를 마련했듯이 신원장도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은 3역 간담회 브리핑에서 “신원장과 박지원(朴智元)대통령정책기획수석을 양 날개로 내년 대선 기획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물론 이를 부인했다.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 표현을 한나라당이 근거 없이 왜곡, 정략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정도정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전대변인은 또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당선을 위해 안기부를 앞세워 판문점에서 총격을 요청한 사건의 재판이 진행중이다”며 한나라당의 전력을 문제삼았다.
국정원법(99조)은 국정원 직원의 정치활동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정당이나 기타 정치단체에 가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해 지지 및 반대를 유도하기만 해도 5년 이하의 징역과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못박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들은 이를 근거로 “국내 정치에 관여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와 달리 실제로는 현 정부 들어서도 국정원이 음으로 양으로 국내 정치에 관여해왔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28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선 “국정원이 우리 당 의원들의 거짓 루머를 조직적으로 유포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었다.
국회 정보위 소속의 한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개각에서 신원장이 동교동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국정원장이 된 것만 봐도 그의 역할을 예상할 수 있다”며 “다음달 4일 우리 당 정보위 위원들이 모여 신원장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수·윤종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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