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적 전시회’ (Salon du Livre)
3월 16일부터 21일까지 파리 남쪽의 한 대형 전시장에서 제21회 ‘신간 서적 전시회’가 열렸다. 10월에 열리는 독일 프랑크프루트 북페어가 판권과 번역권의 거래 시장으로 세계 1위라면 파리의 이 행사는 저작자와 독자의 만남, 국내외 책 소개로 유럽에서 가장 큰 모임이다.
전시회에서 언론의 관심사는 그 해의 초대국. 올해의 초대국가는 독일이었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 개막식에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과 독일의 슈뢰더 총리가 참석, 문학을 통한 두 나라 간의 상호이해를 다졌다.
초대 작가로는 199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귄터 그라스와 12년 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새로운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20∼40 대의 젊은층 작가 50명.
프랑스에 알려져 있지 않은 이 신세대 작가들은 6일 동안 서명, 낭독, 공개 토론에 참여했고 프랑스 언론은 이들을 주목했다. 이 젊은 작가들은 나치와 공산주의의 경험이라는 독일 고유의 치욕과 상처에서 벗어나 핵 위협, 생태계 위기, 사회 문제 등 보다 보편적인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또한 독일 문학의 대명사인 무거움에서 벗어나 가벼운 유머로 바뀌고 있다는 데 프랑스 언론은 의견을 모았다.
독일 작가 외에도 약 2000명의 저자들이 독자들과 다양한 형태의 만남을 가졌다. ‘작가들의 포럼’ ‘문학 카페’ ‘예술의 방’ ‘학문의 바’ ‘만화의 공간’ 등 다양한 행사들로 꾸며진 전시회는 독자들이 작가 예술가 만화가 역사가 과학자 의사 등 각 방면의 저술가들을 직접 만나 대화함으로써 저자와 독자의 거리를 좁히는 기회가 됐다.
방문객 중에는 다섯 살에서 열세 살까지의 어린이 독자도 빼놓을 수 없었다. 지난해 2만3500명의 어린이들이 전시회를 찾았고, 올해엔 그보다 2000명이 더 늘었다. 어린이 독자들이 애호하는 동화와 만화 주인공들을 ‘어린이들의 공간’에 전시했는데, 이 ‘영웅’들은 전시회가 끝난 뒤에도 3월29일부터 4월7일까지 전국 수백여 서점에 계속 전시된다.
특별히 외국 문학과 문화에 관심있는 이국 취미광들을 위해 국제코너도 나라별로 따로 마련됐다. 올해의 참가국은 21개국이며 한국도 참여했다.
영상 매체의 발달로 책읽기 기피를 염려했던 것과는 반대로 프랑스의 출판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10년 전에 비해 올해 5.5% 판매 증가를 기록했다. 작가와의 대면이라는 가장 오래된 독서법을 간직하는 것이 책읽기에의 욕망을 더해준 것이 아닐까? 올 전시회의 캠페인인 ‘읽기와 읽게 하기’는 바로 그 의지의 표현이라 하겠다.
조혜영(프랑스 국립종교연구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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