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좀더 따스해지면 학교 앞에서 아줌마 아저씨들이 병아리를 팔 것이다. 아이들이 그 예쁜 병아리 앞을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한 두 마리쯤 사다가 집 마당이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고 싶은 게 아이들의 마음.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봄날의 아이들 풍경이다.
이 책은 이같은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장편 동화다. 분홍색으로 물들인 수평아리 한 마리를 사온 ‘정희’라는 아이의 집에서 병아리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들을 그렸다. 전체적인 내용이 봄볕처럼 따사롭고 화사하다.
정희가 사온 병아리는 눈곱이 끼고 콧물도 질질 흘리고 비실비실했다. 으레 그렇듯 사온지 며칠도 안되어 죽을 고비를 맞이한다. 그러나 아빠의 도움으로 기적처럼 살아나고. 동생이 없는 정희는 전에는 동생이 있었으면 했다. 하지만 이젠 병아리가 동생이 되고 친구가 되어 외로움 같은 것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런데 병아리를 키운다는 것이 어디 보통 일인가. 더군다나 마당이 없는 연립주택에서. 게다가 온갖 사건이 벌어진다.
병아리를 예쁘게 해 줄 생각으로 알록달록 물감을 타서 병아리에게 강제로 먹였던 일, 집안에 진동하는 닭똥 냄새, 책상에 올라가 컴퓨터를 고장낸 일, 집에서 더 이상 키울 수 없다는 엄마 아빠와 그럴 수 없다고 떼 쓰는 정희…. 이런 우여곡절 속에서도 병아리는 무럭무럭 자라 꼬끼오 울음 소리를 내는 수탉으로 커갔다. 병아리가 닭으로 커가듯, 정희도 사랑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며 좀더 성숙한 아이로 자라난다.
요즘에 읽으면 좋을 동화로, 메말라가는 아이들의 정서를 촉촉하게 적셔주기에 충분하다. 담백하고 투명한 수묵화풍의 그림도 좋다. 그 담백한 그림이 봄날의 햇살처럼 아이들의 가슴에 내려 앉을 것이다.
동화의 내용이나 그림 뿐 아니라 작가의 말도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들은 슬픈 운명을 타고났단다. 알을 낳지 못하는 수평아리는 알에서 깨어나자 마자 싼값에 팔려가고, 그렇게 버려지는 병아리들이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들이야. 얼마나 외롭고 슬프겠니. 병아리들은 삐악삐악 울면서 엄마를 찾는거야. 병아리를 기르려고 한다면병아리의 엄마 노릇 할 생각을 해야 해. 병아리들에겐 엄마처럼 따뜻한 사랑이 필요하니까.”초등학교 전학년용.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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