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올해초 '강한 정부' '강한 여당'론을 들고 나온데다 이총재마저 '강한 야당론'을 제기해 마치 여야가 강(强) 대 강(强)의 힘겨루기에 나선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다음날 논평을 통해 "정권초 국무총리 인준 6개월 지연, 내각 총사퇴요구, 장외집회 등 숱한 강성 행동을 해온 야당이 새삼 '강한 야당'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총재의 발언 요지는 "야당이 해야 할 일이 많지만 힘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우리가 힘을 합치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 어떤 대통령, 어느 정부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하는 강한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총재의 발언은 준비된 것은 아니었다. 사전 원고없이 마이크를 잡았고 즉석에서 심중에 있던 생각을 토해냈을 뿐이었다. 그러나 97년 대선 패배이후 대쪽 이미지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해 온 이총재의 이같은 발언에 측근들도 다소 당황한 듯 했다.
한 측근은 "이총재가 작년 12월초 이후 오랜만에 대구를 방문해 자신감이 생긴데다 그쪽 당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한 얘기 아니겠느냐"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사실 이날 이총재 발언의 진의는 전후맥락상 투쟁적인 모습의 '강한 야당'보다는 국민에게 대안을 제시할 줄 아는 '실력있는 수권정당'으로서 정부 여당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야당이 돼야 한다는 데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이총재는 '강한 야당'을 얘기하기에 앞서 "(야당이) 길거리에서 소리를 지르고 뛰는 것도 필요하지만, 민심을 대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이는 올들어 그가 표방해 온 '국민우선(People First)정치'나 '대안정치'등과도 맥이 닿는 얘기였다.
이총재는 또 '강한 야당'의 필수조건으로 내부결속을 수차례 강조했다. 여기에는 대구 경북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박근혜(朴槿惠)부총재와 일부 비주류 인사들의 개헌론 제기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담겨있는 듯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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