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초자 서두칠사장(62·사진)은 “올해 매출을 작년 7104억원에서 7500억원으로 올리고 영업이익률은 38%로 높여 1위를 고수하겠다”고 한 술 더 떴다. PC시장이 침체를 보이고 있고 텔레비전 역시 대체수요 위주여서 좋지않은 영업환경이지만 뜻밖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사장은 “주변환경은 나쁘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면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말에는 97년 598억원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3년만에 순익 1717억원으로 탈바꿈시킨 최고경영자(CEO)의 무게가 실려있다.
하지만 전기초자는 올해 넘어야할 고비가 여러개 있다고 증권업계는 진단한다. 먼저 브라운관시장 침체로 주 납품처인 LG전자와 삼성SDI 등에서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서사장은 “단가를 10% 정도 낮춰달라고 하지만 환율상승으로 보전할 수 있다”고 되받았다.
전기초자는 국내 업체에 납품할 때도 미국 달러화를 받는다. 작년과 비교할 때 원화가 15% 정도 절하됐기 때문에 납품단가를 내려도 손해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물론 단가 인하 요구는 가급적 끝까지 안들어주겠다는 속셈도 있다.
또 전기초자는 현재 가동 중인 6개의 화로중 2개를 보수해야 한다. 보수는 ‘철거후 재설치’ 방식이기 때문에 100일간 가동이 중단된다. 올해 매출 목표를 당초 8000억원대에서 낮춰잡은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무엇보다 차세대 브라운관인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유리시장 진출이 관심사항이다. 브라운관 주류가 LCD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사장은 이에 대해 “LCD시장에 덥석 뛰어들지 않겠다”며 “시장전망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기초자는 LCD유리용 공장부지를 이미 사놓았다. 서사장 본인도 LCD유리 시장 진출이 향후 성장세의 관건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다만 지분 50%를 가진 일본 아사히글라스의 LCD유리 제조방식을 그대로 들여오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굿모닝증권 정용래연구위원은 “아사히글라스방식은 초기투자비가 많아 LCD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사장은 “LCD시장규모가 최근 크게 늘었지만 기존 브라운관수요도 여전히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기초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원하는 만큼 확보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아사히글라스가 주인이고 테크네글라스(8.9%)와 미국 CRMC(6.2%)도 대주주(5% 이상)이다. 외국인 총지분이 87.5%에 이르러 유통물량은 12.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매수와 매도에 따라 주가가 출렁거린다(그래프 참조).
서사장은 “돈을 벌어 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어 증자계획이 없다”며 “주주를 위해서는 올해 40% 이상 배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사장이 판단하는 적정주가는 15만원선이다. 대우증권 강종림연구위원은 11만원선이 적정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