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시위…항의 위한 접속 처벌 못해"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40분


국경을 넘나드는 ‘전기적 신호’인 사이버 시위를 과연 처벌할 수 있을까.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는 네티즌들의 사이버 시위로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해킹처럼 상대방의 데이터를 파괴하는 행위는 국제적으로도 처벌대상. 그러나 단순히 사이트 게시판을 ‘일시적으로 점유’하는 사이버 시위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지가 논란을 빚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3월31일 시위 직후 한국 경찰청에 수사계획과 적용할 수 있는 법규 등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사이버 시위에 대한 수사나 가담자에 대한 처벌 등을 요청하지는 않은 상태.

정보통신부와 경찰은 이번 사이버 시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처벌 여부도 달라진다고 보고 있다. 네티즌들의 단순한 항의접속으로 볼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특정 사이트에 대한 서비스공격(DOS)으로 볼 때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

고광섭 정통부 정보보호기획과장은 “특정 사이트를 공격할 목적으로 공격용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면 처벌대상이 될 수 있지만 단순히 접속을 많이 시도하는 행위까지 처벌하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비스 거부공격의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징역 5년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 일본 사이트에 접속해 사이버 시위를 벌인 네티즌이 모두 한국 네티즌이냐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

네티즌들은 31일 일본 문부성과 산케이신문, 극우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등 6개 인터넷 사이트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동시에 대량 접속을 시도하는 방법을 썼다. 악의적인 서비스공격 도구나 해킹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된 셈.

지난해 한국과 일본간의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양국 네티즌간의 관련 사이트 해킹 사건을 비롯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중국과 대만간에 유사한 사례가 일어난 적이 있었지만 가담자가 처벌된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산케이신문 등은 “사실상의 사이버테러이며 범죄행위”라며 업무방해 혐의 등을 적용해 ‘시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하욱현 단장은 “일본의 요청이 있다면 수사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앞서 일본 내 사이트의 다운이 한국 네티즌 때문이라는 구체적인 피해사실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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