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말 다저스 주포 게리 셰필드(33)가 타석에 서자 5만여 관중은 일제히 “우∼”하며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셰필드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 때 기존 계약에 불만이 있던 셰필드는 2월 구단측에 “종신계약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해달라”고 폭탄선언을 했다.
셰필드는 지난해 타율 0.325(501타수 163안타) 43홈런 109타점을 올린 거물타자이기에 파장은 컸다. 다저스팬들은 “돈만 아는 선수”라고 셰필드를 비난했고 구단은 마음이 떠난 선수를 내보내기 위해 다른 팀과 트레이드 협상을 가졌지만 실패. 결국 ‘불씨’를 안은 채로 시즌이 시작됐다.
하지만 셰필드는 ‘프로’였다. 한달간 메이저리그를 흔들었던 파동과 상관없이 그는 이날 최고선수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6회말 결승 1점 홈런을 날리는 등 2타수 2안타에 볼넷 2개로 100%의 출루율.
홈런을 친 셰필드가 8회 다시 타석에 들어서자 다저스타디움엔 야유 대신 환호가 가득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의 반응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모든 게 용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셰필드의 도움을 톡톡히 받은 박찬호도 “그가 우리팀을 위해 뭔가 해줄 줄 알았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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