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그룹이 지난해 세계적 시민단체들의 저항에 직면했다. 물론 그 저항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저항의 이유는 세계화 문제, 환경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동안 세계의 시민단체들은 세계화 반대투쟁의 하나로 세계은행과 같은 공적금융에 대한 감시활동과 반대투쟁을 해왔으나 시티그룹과 같은 사적금융에 대한 반대투쟁은 흔하지 않았다.
그러면 왜 세계화 반대투쟁의 대상이 '사적금융'으로까지 옮겨간 것일까?
"공적자금의 규모는 지난 10년 동안 그런대로 일정하게 유지된 반면, 다른 국가로 흘러 들어가는 사적 자본은 700%나 증가했기 때문에 시티그룹과 같은 거대 다국적 은행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세계화 반대투쟁의 자연스러운 전개방향이다. 시티그룹 반대 캠페인은 세계화에 대항하는 세계 민중행동의 다음 단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한 단체는 바로 환경단체인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inforest Action Network:RAN)다.
해외에서 환경단체가 반세계화 운동에 나서는 것은 이미 일반적인 추세가 되었다.
거대 다국적 기업과 초국적 자본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세계화는 궁극적으로 환경파괴를 동반한다.
세계화는 극소수 사람들의 돈벌이를 위해 다수 민중의 생활터전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정복은 초기에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했지만 정복당한 지구는 황폐화되어 결국 모든 인류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은 자연을 파괴중이고, 그 중심엔 다국적 기업과 초국적 자본이 존재한다.
RAN은 구체적으로 시티그룹 쪽에 거래상대방에 대해 일관된 사회·환경기준을 강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RAN이 시티그룹에 요구하는 분야는 중국의 싼샤(삼협)댐 수력발전 프로젝트, 멸종위기에 있는 오랑우탄 서식지에 대농장을 세우려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자금지원, 아마존 유역의 광산 개발, 아프리카 열대우림지역의 송유관 건설 등 매우 다양하다.
초기의 시민운동이 환경을 직접 파괴하는 국가와 개발기업에 초점을 맞춘 반면 최근엔 그러한 개발을 자금으로 지원해주는 금융자본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강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RAN이 버거킹을 반대했던 이유▼
RAN의 역사는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전세계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버거킹은 매출액이 12%감소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당시 버거킹은 소에 먹일 사료를 확보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있는 국가들로부터 햄버거에 쓸 쇠고기를 싼값에 수입하고 있었는데 매일 먹는 햄버거와 열대우림 파괴 사이의 연관성을 시민들에게 각인시킨 RAN의 버거킹 보이콧 운동은 당시 미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미국의 주요도시에서 연출된 열대우림보호를 위한 행동그룹(Rainforest Action Group)들의 시위는 버거킹 보이콧 운동을 성공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다.
RAN의 보이콧 운동으로 매출이 12% 정도 감소하자 버거킹은 중앙아메리카 지역에서 3500만 달러 상당의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계약을 취소하였으며 더 이상 열대우림지역에서의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시민들은 이 캠페인을 계기로 열대우림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고, 소비자의 구매행위와 지구환경 사이에 있는 연관성을 깨닫게 되었다.
▼비폭력적 직접행동을 통해 세상을 바꾼다▼
1985년 Randy Hayers에 의해 설립된 RAN은 세계의 열대우림지역에 대한 보호와 열대우림지역 원주민들에 대한 권익보호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본다면 순수한 의미에서의 환경단체라기 보다는 환경·인권단체이기도 하다.
이들은 다국적 기업들을 상대로 한 시민캠페인과 교육·봉사활동, 열대우림 지역의 NGO와 원주민들에 대한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담당하는 한편 비폭력적 직접행동을 통해 열대우림의 보호의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일깨우고 있다.
비폭력 직접행동은 RAN이 추구하는 주요한 조직전략 중의 하나이다.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한 미디어 홍보, 시민들의 편지쓰기, 다국적 기업에 대한 보이콧 운동, 학생운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행동캠프 등 비폭력적이지만 시민들 한명 한명이 참여해서 직접행동할 수 있는 전략을 중요시한다.
▼RAN의 어린이 프로그램▼
RAN의 홈페이지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Kids Action Team)도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는 선생님들을 위한 자료, 환경문제를 주제로 한 어린이들의 그림 갤러리, 질문과 답변, 열대우림 사람들, 열대우림 동물들과 같은 메뉴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열대우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교육을 하고 있다.
이들이 제안하는 어린이들이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7가지 방법을 살펴보면 △종이를 적게 쓰고 △가솔린이나 플라스틱을 적게 사용하고 △쇠고기 먹는 양을 줄이고 △열대우림보호를 위해 돈을 모으고 △다국적 기업 사장들에게 편지를 쓰고 △주위 사람을 교육시키고 △RAN과 함께하자는 것처럼 어린이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이를 지원하고 있다.
환경문제가 지금 시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먼 후세대를 위한 안정장치라면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간과할 수 없다는게 RAN의 생각이다.
▼RAN이 다국적 기업들과 체결하는 생태협정▼
RAN의 설립자 Randy Hayers는 "해마다 5000만 에이커에 해당하는 열대우림이 영원히 사라지고 있다. 5000만 에이커는 미국 네바다주에 해당되는 크기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열대우림에 대한 파괴행위가 계속 자행된다면 열대우림과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과 동물들은 2030년에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해 RAN은 1987년 버거킹에 대한 보이콧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것처럼 Acro, Coca-cola, MacMillan Bloedel, Conoco, Mitsubishi, Scott Paper, 그리고 Sont와 같은 거대기업들을 목표로 해서 그들로부터 의미있는 공약들을 이끌어왔다.
1998년 RAN은 일본기업인 미쓰비시가 생태협정에 서명하게 이끌었다. 90년대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산림을 파괴하고 수입하는 회사라는 이유로 미쓰비시는 환경단체들의 집중적인 투쟁대상이 되어왔다.
RAN은 1995년 뉴욕타임즈에 미쓰비시의 산림파괴와 불매운동을 소개하는 전면광고를 싣는 등 투쟁의 강도를 높여왔는데 그 성과가 1998년에 나타난 것이다.
RAN은 올해도 시티그룹에 대한 투쟁의 강도를 낮추지 않고 있는데 이들은 지난 3월 11일부터 18일까지 플로리다주 아카디아의 따뜻한 지역에서 각 나라의 150여명 학생활동가들을 모아놓고 사회변화를 위한 비폭력 직접행동과 조직화를 위한 전략과 기술들을 지원했다.
이 행동캠프의 2001년 테마는 시티그룹이다.
이 캠프를 가리켜 RAN은 "이 세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은행인 시티은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주제로 전세계 학생활동가들이 모여 네트워킹하고, 전략을 세우고, 운동을 배우는 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RAN은 이 캠프를 시작으로 시티그룹의 주주총회에 대한 압력행사, 지구의 날 행사에서의 홍보활동으로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1987년 RAN이 버거킹과 벌였던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한 투쟁은 14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조양호/함께하는 시민행동 정보정책2팀장
(이 글은 환경정의시민연대 격월간지 '우리와 다음' 3·4월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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