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한 관계자는 11일 “채권단은 금강산사업과 계열사 지원에 대해 이전부터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채권단이 ‘대북사업을 하라, 말라’ 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이 같은 공식 요청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금융계는 사업성 없는 금강산관광사업과 현대건설 대신 떠안은 ‘현대그룹 지주회사’로서의 역할 때문에 현대상선이 안으로 멍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181%(1999년)에서 989%(2000년)로 높아졌다. 부채가 2조원 이상 늘어난 반면 자본총계는 2조4000억원에서 오히려 6770억원대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자본금이 이처럼 감소한 것은 고려산업개발 현대증권 종합상사 등 계열사에 지분참여한 ‘투자유가증권’의 가치가 주가하락으로 7700억원이나 줄어든 탓이다.
부채가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현대아산의 유상증자에 840억원을 투자하는 등 계열사에 대한 지원이 계속됐다. 지난해 사들인 계열사 주식은 총 3358억원 어치나 된다.
은행 관계자들은 단기 차입금이 9000억원 증가하자 현금 흐름을 우려하고 있다. 또 1년 이내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유동자산은 1조7000억원인 반면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는 3조원을 넘는다.
금강산관광사업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한 관계자는 “금강산사업의 선박투입 때문에 현대상선은 2년 동안 13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금강산 유람선 운항 편수를 줄인 데 이어 아예 유람선을 감척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상선 고위 관계자는 이날 “최고 성수기인 5월에도 관광객이 2만명에 못 미칠 경우 유람선을 1, 2척 줄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현재 3척의 유람선(금강 봉래 풍악호)과 1척의 쾌속정(설봉호)을 투입하고 있다.
현대상선 강성국 이사는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연간 관광객이 50만명은 돼야 할 것이지만 현재 20%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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