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통증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누군가 옆구리를 삽으로 쿡쿡 찌르는 듯 했다.
데굴데굴 굴러야 할 정도로 통증이 엄습했다. 숨이 막혀서 말하기도 힘들었다. 방바닥을 기어다니던 중 사타구니도 아파왔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간신히 병원을 찾았다.
회사원 김모씨(31·서울 강남구 일원동)는 한달 전에 이처럼 통증이 심해 병원에 갔다가 요로결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친구 한명도 이 무렵 요로결석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친구의 증세는 나와 달랐다”고 말했다. 이 친구는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다 구역질이 나서 소화제를 먹고 견디던 중 갑자기 아랫배 전체가 심하게 아팠다는 것.
이처럼 통증의 양상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요로에 돌이 쌓이는 요로결석은 흔한 병이다.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김현회교수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100명 중 3, 4명은 평생에 한 번 이상 요로결석이 생기며 비뇨기과 환자 10명 중 1명은 이같은 환자다.
▽왜 생길까?〓요로결석은 칼슘 수산염 인산염 등이 주범. 이들 물질은 음식물의 대사 과정에서 생기고 보통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이같은 작용이 어떤 이유로 제대로 되지 않으면 요로에 이들 물질이 쌓이고 결국 단단히 뭉쳐 돌처럼 변한다. 특히 물을 적게 마시거나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리면 소변량이 감소하고 칼슘 수산염 등이 빠져나갈 기회도 줄어 ‘돌’이 생기게 된다.
요로결석 환자는 주로 20∼40대이며 뚱뚱한 사람, 운동량이 적거나 과일을 적게 먹는 사람,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 등이 걸리기 쉽다. 남자 환자가 여성보다 2, 3배 많은 것도 특징.
▽결석이 생기면〓옆구리나 아랫배가 찢어질 듯 아픈 것이 주된 증세. 돌은 요관의 좁은 부위에서 막히게 되는데 이 때 인체는 돌을 빼내기 위해 요관운동을 한다. 이 경우 요관 주위의 신경이 자극을 받아 극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자세를 바꿔도 통증은 계속된다. 통증은 몇분 또는 몇시간 계속된 뒤 사라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되풀이된다. 요관의 신경이 다리쪽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사타구니나 넓적다리 안쪽이 아플 수도 있다. 돌이 요관 점막에 손상을 주면 소변이 붉게 보이기도 한다.
▽병원에선〓보통은 소변검사와 X레이 촬영을 통해 진단한다. 이 진단으로 결석을 못찾으면 혈관에 조영제를 넣은 뒤 아랫배 쪽에 X레이를 찍어 콩팥과 요관 오줌보의 모양을 보는 방법으로 찾는다. 임신부와 콩팥 질환자는 초음파검사로 진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요로에 돌이 있다고 무조건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돌이 작은 경우 진통제를 먹고 하루 3ℓ 정도의 물을 마시면 ‘쏙’ 빠져나가기도 한다. 줄넘기도 결석 배출에 도움이 된다. 결석이 길이 5㎜ 이상이거나 빠져나가기 힘든 위치에 있으면 인체에 해롭지 않은 충격파를 발생시켜 돌을 잘게 부숴 배출시키는 ‘체외충격파 쇄석술’이 활용된다. 환자는 30∼60분 정도 누워있으면 된다.
성공률은 85∼95%. 이 때도 물을 많이 마셔야 하기는 마찬가지.
큰 결석이 아래쪽 요관에 생긴 경우는 요관내시경시술로 90% 이상 치료할 수 있다. 다만 결석이 신장쪽에 있는 경우나 매우 큰 경우는 이같은 시술이 불가능하므로 피부를 통과하는 신장 내시경시술이나 개복(開腹)수술을 받아야 한다.
◇요로결석 VS 담석◇
■명치 부의 아프면 담석
요로결석과 담석은 통증의 정도는 비슷하나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담석은 간 밑에 붙어 있는 담(쓸개)에 생긴 돌을 말한다.
담석에는 콜레스테롤 담석과 색소성 담석이 있다. 40대와 여성, 자녀를 많이 출산한 사람, 비만한 사람 등은 콜레스테롤 담석이 특히 잘 생긴다.
색소성 담석은 간과 담에 관련된 질환이 있을 때 잘 생긴다. 통증 부위도 옆구리에 주로 생기는 요로결석과는 달리 명치 부위나 오른쪽 윗배에 생긴다. 가끔 통증이 오른쪽 어깨 부위에 나타나기도 한다.
비록 담석이 생겨도 통증이 있을 때만 치료하는 것이 요로 결석과 또 다른 점이다.
치료 방법은 먹는 약이나 ‘체외 충격파 쇄석술’ 등이 있으며 재발됐을 때 가장 확실한 치료는 담낭 절제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물을 많이 먹는 치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육류 시금치 감자등 가급적 피해야◇
■결석 재발 막으려면-구연산함유 주스 효과
요로결석은 치료 뒤에도 절반 정도가 재발하므로 특히 재발 방지에 신경써야 한다.
평소 물을 하루 2ℓ 이상씩 듬뿍 마시면 좋다. 또 되도록 육류 등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을 삼가하고 짠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한다.
구연산은 결석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므로 구연산이 함유된 오렌지주스나 레몬주스를 많이 마시는 것도 효과가 있다. 결석 환자가 가급적 섭취량을 줄여야 하는 음식은 수산(水酸)이 많은 시금치 코코아 감자 땅콩 홍차 등이다.
결석이 재발하면 콩팥 등의 대사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서 정밀검사(대사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검사는 기본적인 혈액검사와 24시간 소변검사 등으로 이뤄져 있다.
24시간 소변검사는 하루 동안 배출된 소변을 모두 모아 소변에 있는 전해질과 결석 성분의 양 등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콩팥의 이상 여부를 확인해 원인이 드러나면 재발 방지도 쉬워진다.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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