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동물-각종식물 함께 먹어
약 2200년 전에 살았던 북미 인디언들의 잡식 습관이 그들이 남긴 똥을 분석함으로써 밝혀졌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핸드릭 포이너(진화인류학) 박사 등 독일 미국 영국 7개 연구팀은 미국 텍사스 치와완 사막의 힌즈 동굴에서 발견한 고대인의 똥 세 덩어리를 최신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분석해 10일자 미국학술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바짝 마른 똥에 닷새 동안 서서히 물기를 준 뒤 시약을 처리해 DNA를 추출했다. 이렇게 얻은 DNA 조각들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뒤 유전자은행에 들어 있는 데이터 베이스와 비교하자 고대인들이 먹었던 동식물의 종류가 밝혀졌다.
첫 번째 똥에서는 프롱혼영양 솜꼬리토끼 등 4종의 동물과 팽나무열매 해바라기 등 4종의 식물이 확인됐다. 두 번째 똥에서는 쥐 물고기 등 2종의 동물과 도토리 가지 등 6종의 식물이 나왔고, 나머지 똥에서는 큰뿔양 쥐 등 3종의 동물과 유카 콩 등 8종의 식물의 DNA가 존재했다.
하루 동안 먹은 음식의 배설물에서 이렇게 다양한 동식물이 발견된 데 대해 연구자들은 “수렵 채취인인 고대인들은 농경사회의 사람들에 비해 훨씬 다양한 동식물을 먹었다”며 “이것은 그들이 현대인들보다 영양학적으로 바람직한 식생활을 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지금까지는 소화가 안 된 채 똥 속에 남아 있는 털 뼈 비늘 등을 현미경으로 확인해 고대인의 식생활을 추측해왔기 때문에, 이들이 쥐, 다람쥐 등 작은 동물이나 물고기 등을 먹고살았을 것으로 해석했다”며 “이번 결과는 고대인들이 큰 동물도 즐겨 먹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강석기동아사이언스기자>alchimist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