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부산 아이콘스의 콜롬비아 용병 하리(27)는 요즘 한국에서 뛰는 게 너무 즐겁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고 선수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려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지난해초 수원 삼성에서 ‘향수병’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하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다.
이같은 변신엔 김호곤 감독의 남다른 관심이 있었다. 지난해 7월 하리가 수원에서 왔을 때 김 감독은 부산 화명동 자택에서 가까운 곳에 하리의 집을 마련해주고 퇴근 때마다 들러 안부를 묻는 열의를 보였다. 휴일이면 자주 부부동반으로 외식을 즐겼다. 이국 땅에서 외로움이 최고의 적이라는 판단 때문. 또 다른 용병들과 달리 영어를 못하는 그를 이해하기 위해 직접 스페인어를 배웠다.
그러자 하리가 바뀌기 시작했다. 더 이상 ‘향수병’은 없었다. 국내선수들과 서먹서먹하던 관계도 바뀌었다. 지금은 이용화 등 국내선수들과도 가족끼리 만나 자주 어울린다. 김 감독과 외식할 땐 하리의 부인 클라우디아가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먼저 계산대로 달려간다.
한국생활에 적응하자 플레이도 살아났다. 자로 잰 듯한 패스와 감각적인 경기조율로 허리를 책임졌고 그의 활약에 힘을 얻은 부산은 아디다스컵에서 일찌감치 4강행을 확정지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