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권 HSBC 자금부 부 지점장(39)은 18일(현지시각) 미국의 금리인하 이후 1300원대 아래로 환율이 내리기도 했으나 환율이 다시 올라챌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14년간 외국계은행에서 외환딜링을 해온 베테랑 딜러. 지난 97년 외환위기때도 HSBC에서 환율이 800원대에서 2000원수준까지 치솟는 뼈아픈 상황을 지켜보며 환리스크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해왔다.
원화환율은 요즘 30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외환시장은 물론 주식, 채권 시장 전반에 파급되며 '환율장세'라는 말을 낳았다. 급기야는 한국은행이 지난 5일 외환시장 직접개입방침을 발표할 정도가 됐다.
▲한국은행의 직접개입 선언은 적절한 것이었나.
"타이밍상 아주 적절했다고 본다. 당시 한은의 개입선언이 없었다면 엔-달러 환율의 오름세가 지속됐던 몇 일간 원화환율은 1400원까지 상승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시장에서도 한번쯤 국책은행이 물량개입을 할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후 엔-달러 환율의 하락과 연준리(FRB)의 기습적 금리인하가 뒷받침되면서 국책은행이 목표로 했던 달러가수요 심리 방지에 성공했다고 본다."
▲당시 시장에서는 개입에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는데.
"그랬다. 엔-달러 환율의 오름세라는 외부변수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현실성 없는 개입은 총알낭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쯤 원화환율의 급등세를 저지하기 위한 개입의 필요성은 있었다. 외국인들도 국책은행의 직접개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단 현 시점에서 판단하건대 이후 엔-달러 환율의 오름세가 주춤해지는 등 외환당국의 입장을 도와주는 단기적 여건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한은의 개입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원화환율이 엔-달러 환율과 강한 동조화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엔화환율은 얼마정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나.
"일본경제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엔화의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 금리가 제로수준이라서 통화정책을 구사하기 힘들고 재정적자규모도 커서 재정정책을 실행하기도 힘들다. 결국 수출증대를 통한 경기부양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HSBC는 장기적(12개월 전망치)으로 엔-달러 환율이 135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4월과 5월은 조정기간으로 보며 이 시기에 엔-달러 환율이 최저 120.50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조정기간이 끝나면 엔-달러 환율의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다."
▲원화환율은 얼마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나.
"최근 원화환율은 엔-달러 환율의 오름세 둔화와 당국의 개입, 역외선물환(NDF)시장의 달러매도세 등에 힘입어 다시 1300원선 안팎을 맴돌고 있다. 개인적으로 향후 6개월 동안 원화환율의 바닥은 1280원으로 본다. 엔-달러 환율의 오름세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1400원대에 진입한다면 지난 97년 IMF위기 때의 평균환율수준과 비슷해지는데 제2의 IMF위기는 없나.
"현재는 97년 당시보다 외환보유액이 3배로 늘어났고 IMF위기를 겪고 이를 극복해낸 경험있는 관료들이 많다. 위기의 가능성이 줄어들었음을 뜻한다.
환율이 1400원대에 올라서면 기업들의 이자상환부담이 증대되고 환차손이 늘어나는 등 경제전반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금융권의 부실 등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고 있지 않은 지금의 상태에서 환율 1400원선은 경제에 큰 어려움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의 재무관리 교과서에는 국내 기업들의 환리스크 관리사례가 실패의 대표적 예로 등장할 만큼 효과적인 환관리를 못하고 있다고 지적 받는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내기업들은 환리스크관리를 체계적으로 배우거나 그 분야에 정통한 스페셜리스트가 드물다. 보통 사원으로 들어와 이 부서 저 부서 돌다가 그 중의 한 업무로 환리스크관리를 다루게 된다. 이런 환경에선 전문가가 나올 리 없다. 여러 가지에 익숙한 제너럴리스트보다는 한 분야만을 다루는 스페셜리스트가 유리한 것이 환리스크관리다"
▲시장의 외환을 다루는 입장에서 외환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정책의 일관성과 통일성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 재경부와 한은은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이는 등 불편한 관계를 드러냈다. 내부조율이야 어떻든 시장에는 한 목소리를 내 주었으면 한다. 외환정책은 일관되고 통일적인 모습을 보여줘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효과가 있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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