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박경림, "박경림의 X-파일 책으로 나와요."

  • 입력 2001년 4월 20일 18시 31분


"상타구 더 힘들어졌어요. 자꾸 저보고 코미디언이라고 해서 아니라고 해명하느라 바쁜 것이죠."

'돌발소녀'란 별칭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한지 4년만에 제3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코미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박경림(22). 그녀는 "뒤늦게 수상을 축하한다"는 인사말에 엉뚱한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물론 상을 타니까 기분좋고 신나는 것은 당연하죠. 하지만 코미디를 하는 선배들께 죄송해요. 엄격히 따지면 저는 코미디언이 아니거든요. 방송 MC와 라디오 DJ를 보는 '코믹한 연예인'일 뿐이죠. 이런 제가 코미디 부문 상을 탄다는 것이 솔직히 마음이 편치는 않아요."

방송 스튜디오 밖에서 박경림을 처음 만나는 사람은 종종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당황하곤 한다. 우선, 수선스럽고 요란한 방송에서의 이미지와는 달리 그녀는 조근조근 차분하게 이야기를 한다. 특유의 과장된 동작이나 걸걸한 목소리를 높이며 크게 말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하나 더. 방송에서 덜렁덜렁 설치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녀를 실속없이 기분에 좌우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가는 큰 오산이다.

늘 웃는 표정으로 편하게 말을 하지만, 나이에 비해 행동의 선후를 가리는 판단이 분명하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목표도 명확하다. 그녀가 남들은 타고 싶어 애를 쓰는 큰 상을 수상하고도, 굳이 자신이 '코미디언'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도 그런 성격 탓이다.

"저는 처음 방송을 데뷔할 때부터 지금까지 목표가 늘 여자 토크쇼 진행자에요. 라디오 DJ, 방송 MC, 시트콤 연기자 등에도 관심이 많아요. 하지만 결국 제가 나중에 나이가 들어 하고 싶은 것은 토크쇼에요."

사실 박경림의 성공은 방송가에서는 일종의 불가사의로 통한다. 작은 체구, 개성 넘치는 얼굴, 그리고 진행자로서는 최고의 결격사유가 될 수 있는 탁한 음성. 외부적인 조건을 따지면 그녀는 연예인으로서 성공을 예상할 수 있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타고난 친화력과 나이답지 않은 넉살로 그녀는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하고 방송 PD들이 쇼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제일 먼저 찾는 여자 연예인이 되었다. 현재 그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라디오를 포함해 4개. 매일 계속되는 빡빡한 일정에 지쳐 얼마 전에는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연예인이 과로로 쓰러질 정도로 바쁘다는 것은 달리 생각하면 행복한 고민이다. 그만큼 그녀를 찾는 곳이 많다는 반증. 얼마 전에는 다들 농담으로만 여겼던 '화장품 CF'의 모델도 맡았다.

그래서 봄 개편 이후에는 가급적 활동을 줄일 계획이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맡는 것을 가급적 사양하고, 라디오 DJ와 학교생활에 충실하겠다고 한다. 대신, 올 가을에는 자신이 방송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개인의 경험을 책으로 펴낼 계획도 갖고 있다. 그녀 표현을 빌리면 "그동안 지켜왔던 '박경림의 X-파일'을 공개하겠다"고 한다. "벌써부터 그 책 내용에 떨고 있는 사람들 많아요."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그녀가 요즘 주위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돈 많이 벌었어요?"라는 것이다. 학교 친구를 비롯해 주위 친지들도 그녀에게 제일 먼저 묻는 질문이 '돈'이다. "제 나이와 경력에 비해서는 많이 벌었죠. 부인하지 않아요. 또 실제로 많이 벌려고 열심히 활동했어요."

2주전 그녀 가족은 오랫동안 살던 경기도 벽제에서 일산 호수마을의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이 새 집으로 이사가는데 그녀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

"집에 원래 빚이 많았어요. 다행히 그동안 식구들이 모두 고생을 한 덕분에 이제 거의 다 갚아가요." 덤덤하게 말하지만 속을 살펴보면 그동안 그녀가 실질적인 집안의 가장노릇을 한 셈이다. 남들은 숨기거나 애써 돌려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툭 터놓고 말하는 솔직함. 박경림이 갖고 있는 그녀만의 매력중 하나이다.

현재 그녀는 대학교 4학년 졸업반이다. 올해 학교를 졸업하면 그녀는 미국으로 떠날 생각이다. "유학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은 못돼고, 우선 랭귀지 스쿨에 다니면서 영어 까막눈은 면해야죠. 그리고 뉴욕에 있는 이름있는 스탠딩 코미디 무대를 가능한 많이 보고 싶어요." 못 알아들어도 어떻게 말로 청중을 사로잡는지, 그 분위기와 기를 느끼고 싶단다. 또 토크쇼로는 미국 방송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오프라 윈프리 쇼>의 녹화 현장을 최대한 볼 계획이다.

"오프라 아주머니는 저의 우상이자 스승이에요. 흑인이고 뚱뚱한 몸매의 소유자이면서도 미국 토크쇼 최고의 진행자로 손꼽히잖아요. 그 모습을 현장에서 보고 싶어요. 누가 알아요? 그 현장에서 제가 어떤 영감을 받을 수 있을지..."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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