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달걀 세례

  • 입력 2001년 4월 20일 18시 31분


집에서 기르는 닭의 조상은 본래 인도 정글에 살고 있었다. 인도 야생 닭이 유럽 중동 중국에 전파된 것은 대체로 기원전 2000년경으로 추정된다. 신대륙에는 콜럼버스가 두 번 째 항해를 했던 1493년에 비로소 닭이 들어갔다. 달걀은 닭의 가금화(家禽化) 이래 인류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달걀 한 개에는 보통 6g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성인이 하루 필요로 하는 단백질의 15%에 해당한다. 우리가 어려웠던 학창시절 도시락 속에 들어있던 삶은 달걀 한 개는 학급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닭이 종족의 번식을 위해 낳는 달걀이 언제부터 시위 수단으로 쓰여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세계 최고라는 프랑스 요리사들도 요리할 때만 계란을 쓰는 것이 아니다. 파리에서는 1999년 주방장들이 레스토랑의 식사에 20.6%의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에 항의해 국회의사당 앞에서 계란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구미 시위대들은 어쩌다가 도마토를 던지기도 하지만 깨진 후 상대방을 오염시키는 효과가 계란보다 떨어져 선호도가 낮다.

▷우리의 시위현장에서는 돌이나 화염병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구미 시위대들은 투석전 대신에 투란전(投卵戰)을 벌인다. 돌이나 화염병은 살상무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는 돌을 던지는 팔레스타인 소년들을 향해 이스라엘 군인들은 고무를 입힌 총탄을 쏜다. 과잉대응이 아니냐는 국제인권 단체들의 비난에 대해 이스라엘의 입장은 확고하다. 돌은 살상무기라는 것이다.

▷국내외 정치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식품이 계란이다. 전두환(全斗煥) 전대통령은 집권 초기 국내에서 서슬퍼런 위세를 과시했지만 미국에 가서는 교민들로부터 계란을 맞았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유명한 정치인 중에는 계란 세례를 받아본 사람이 적지않다. 박상규(朴尙奎) 민주당 사무총장이 논산시장 재선거의 DJP여합공천 후보(자민련 소속) 지원차 논산에 갔다가 계란 세례를 당하고 기분이 몹시 상한 모양이다. 박총장도 나도 크려면 이런 일도 당해야 되는가 보다 고 스스로를 위로하면 기분이 조금 풀리지 않을까 싶다.

<황호택 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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