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 시기도 앞당겨져서 10대 중반이면 벌써 靑春期다. ‘靑春’이라는 말은 西漢(서한) 初부터 사용되었는데 물론 처음에는 글자 그대로 ‘짙푸른 봄’이라는 뜻이었다.
靑春受謝(청춘수사―청춘은 일년의 시작)
白日昭只(백일조지―따뜻한 햇살이 내려 쪼이네)
楚辭(초사)에 나오는 작자 미상의 시다. 후에 ‘白日’은 ‘靑春’의 반대어가 되어 햇빛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을 뜻하기도 했다. 700년 뒤 당나라의 大詩人 杜甫(두보)도 그와 같은 뜻으로 사용하였다.
白日放歌須縱酒(백일방가수종주―한여름엔 노래하며 마음껏 술 마시고)
靑春作伴好還鄕(청춘작반호환향―싱그러운 봄날에는 애인과 고향 찾네)
그러나 지금 靑春을 ‘싱그러운 봄날’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의 뜻으로 바뀐 것은 3세기 중엽 西晉(서진)의 詩人 潘尼(반니)에 의해서다.
予涉素秋(여섭소추―나는 이미 늙어 황혼에 들었지만)
子登靑春(자등청춘―그대는 바야흐로 싱그러운 봄날)
사랑하는 후배 陸機(육기)가 관직에 나가자 그에게 보낸 詩句였다. 여기서 보면 ‘靑春’의 반대말은 ‘素秋’(소추)가 되는 셈이다. 또 杜甫와 동시대에 살았던 詩人 王維(왕유)도,
狂夫富貴在靑春(광부부귀재청춘―남편은 젊어서 부자가 되어)
意氣驕奢極季倫(의기교사극계륜―교만과 사치는 季倫을 능가하네)라는 시를 남겼다. 이 때부터 靑春은 ‘젊은이’의 뜻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靑春’을 값지게 여기며 젊은이들을 아끼는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힘찬 氣槪(기개)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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