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깰 겸 커피나 한 잔 하시죠?”
“그보다 오랜만에 산책이나 좀 하는 게 어때?”
내키지 않았지만 선배를 따라 무거운 발길을 옮기다 세종문화회관 뒤편 분수대에 이르렀다. 잠이 싹 달아났다. 형형색색으로 온 몸을 치장한 ‘도깨비’들이 무대 위에서 넥타이차림의 샐러리맨과 어울려 북이며 항아리며 손닿는 대로 두드려 패고 있었던 것.
“서울 한복판에서 이게 웬 ‘소음’이야?”
“무식하기는…. 직장인들을 위한 타악기 공연이잖아. 좀 보자.”
나이에 걸맞지 않게 ‘체통’에 목숨을 건 J씨. 자기도 모르게 덩실거리는 어깨를 애써 누르며 딴청을 부렸다. “뭐 별로네. 자기네들이 더 신나서 야단인 것 같지 않아요?”
박수를 아끼던 J씨에게 선배가 말했다. “너 같은 관중만 있으면 정말 공연하기 힘들겠다. 제발 저기 할아버지처럼 젊게 살아라.”
선배의 손가락 끝으로는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가 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씽씽 달리고 있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