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행과 음식
부처님의 뜻을 받드는 수행자들은 수행정진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들을 계율로 정해 금지하였는데, 음식도 그 중의 하나였다. 이런 이유로 사찰에서는 수행자들만의 독특한 음식문화가 생겨나게 되었다.
사찰에서의 음식은 목숨을 잇는 수단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아, 음식의 종류나 조리법이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또한 음식을 약이라 여겨 무엇을 먹느냐 하는 것보다 언제 얼마만큼 먹어야 하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그 중 하나를 예로 들면 수행자들에게는 비시식계(非時食戒)라는 계율이 있어 일일 일식하고 정오 이후에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정하여 놓았으니 진정으로 음식이 약일 수 밖에 없었다.
◇ 사찰음식의 3가지 원칙
앞에서 말한 비시식계(非時食戒)라는 계율은 자급자족을 위한 육체적 노동을 하면서 수행을 하는 수행자들에게는 지키기가 불가능한 계율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일일 일식의 원칙을 버리고 일일 삼식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사찰음식의 조리에도 나름대로의 법도가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첫째, 청정의 원칙이다. 이는 인공 조미료나 방부제 등이 첨가되지 않은 청정한 채소로 만든 깨끗함을 말한다. 이 때부터 육식은 물론이고 젓갈이나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 등 향이 강한 오신채는 철저하게 금하게 되었다.
둘째, 유인의 원칙이다. 이는 맵고 짜지 않아야 된다는 것인데, 자극이 강한 음식은 수행에 전념하는 수행자들의 위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모든 음식은 부드럽고 담백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여법의 원칙이다. 수행자들을 위한 음식에는 양념을 하더라도 설탕, 소금, 식초, 장류 등의 순으로 넣어야 하며 한 번에 많은 음식을 만들지 않으며 끼니때마다 필요한 양만큼만 만들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조리법은 어떤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니다. 수행을 하러 절에 들어온 수행자들은 모두 '행자'라는 독특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행자 수련의 첫 관문인, 뗄감을 구해오고 모든 허드렛일을 하는 '불목하니', 큰스님들과 신도들의 상을 준비하는 '간상', 갖은 밑반찬과 온갖 나물을 만드는 '채공', 국을 끓이는 '갱두', 행자 수련의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밥을 짓는 '공양주'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저절로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세월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사찰음식은 그 특유의 매력적인 맛을 가지게 된다. 요즘에는 이러한 사찰음식을 굳이 절에 가지 않아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몇 군데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 종로구 관훈동에 있는 산촌이다.
중후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한옥으로 된 산촌에서는 은근하고 잔잔한 사찰음식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저녁시간에는 승무와 한국전통 무용공연도 있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곳이다.
▶ 전화 : 735-0312
[eatncoo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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