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박 원사의 병무비리가 대부분 과거 정권에서 이뤄졌던 만큼, 당시 여권이었던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그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6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군 당국이 감청과 미행을 통해 일찍이 박 원사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그동안 내내 붙잡지 않다가 25일 전격 검거한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박 원사의 검거 경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것도 바탕엔 이 같은 우려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정형근(鄭亨根) 제1정책조정위원장은 “박 원사가 도피 중 군 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말도 들었다”며 거듭 시나리오에 의한 검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병무사범은 엄격히 처리되어야 하나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수사를 한다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군 검찰이 한편으로 줄사다리를 이용해 창문으로 들어가고, 다른 한편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란 속에서도 박 원사가 누워 있다가 잡혔다는 등 미심쩍은 대목이 많다”며 “박 원사 체포 이면에 무엇인가 숨기는 게 있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서도 “경제파탄, 교육파탄, 대우차 노조 폭력진압 등으로 위기에 처한 정권이 이번 사건 조작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며 “박 원사 사건이 새로운 ‘병풍(兵風)사건’으로 악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병역비리의 몸통으로 불리던 박 원사의 검거를 환영하지는 못할 망정 얼토당토않은 시비를 거는 데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은 병역비리 수사에 반대한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이어 “고문 경관 이근안(李根安)씨가 자수했을 때도 한나라당은 ‘기획 자수’ 운운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요즘 세상에 무슨 기획 검거냐”며 한나라당이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자민련 변웅전(邊雄田)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병역비리는 ‘유전면제(有錢免除)’의 대명사로 결코 용서해서도 안되고 용서받을 수도 없는 국민적 분노의 대상이자 망국적 죄악인데도, 많은 정치인들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온 국민이 가지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송인수·윤종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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