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 동부지역 명문대로 ‘직행’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비리그행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서울 강남지역 학원가는 특수를 맞고 있다. 학부모나 학생 모두 아이비리그 졸업 후 국내 명문대 출신보다 좀더 나은 사회적 대우와 소득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한다는 것이 아이비리그 직행 학생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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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리그 붐〓2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J학원.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Scholastic Aptitude Test)과 토플 등을 가르치는 강의실마다 고교생과 대학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 대학에 직행하려는 학생들이다.
Y학원관계자는 “SAT와 SSAT(Seconda―ry Scholastic Aptitude Test) 여름방학 특강 수강신청이 벌써 폭주하고 있다”며 “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수강생이 매년 25% 가량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경향을 반영하듯 일반 고교에서도 SAT반을 만들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 학부모들은 학교측에 SAT반을 만들라는 은근한 ‘압력’을 넣기도 한다.
서울 M고는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SAT준비반을 만들었다. 하루 3시간씩 1주일에 사흘간 이뤄지는 SAT지도비는 한달에 70만원선.
M고 1년생 학부모 김모씨(40·여)는 SAT준비반에 다니는 아들이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포기할 수 없어 국어 수학 등 교과목 과외비까지 지출하고 있다. 김씨는 “남편의 봉급으로는 어림없는 교육비 때문에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전세로 옮길까 생각 중”이라며 “아이가 높게만 느껴졌던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직행하는 학생들을 보고 용기를 내 SAT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개 중학교 2, 3년 때부터 아이비리그행을 준비한다. 미국 아이비리그에 다니다 방학 때 귀국한 대학생에게 과외를 받기도 한다.
SAT 준비반에 다니는 박모군(16·C고 1년)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려면 아이비리그 졸업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쉽지 않은 아이비리그 생활〓지난해 9월 미국 브라운대에 입학하자마자 미국인 룸메이트를 따라 동아리 파티(frat party)에 갔던 유학생 오모씨(21)는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일부 학생들이 대마초를 피우고 문란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것.
이같은 문화적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면 순탄한 생활을 할 수 없다. 또 이질적인 문화에서 생활하다 가족과 가치관이 달라져 고민하는 학생들도 있다.
유학생 장보환씨(30)는 “한 후배가 자신의 갈등이나 외로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을 원망하다 낙제점을 받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93년 고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미국으로 떠난 김모씨(27). 김씨는 2년간 어학연수를 하며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에서 공부한 뒤 UCLA 경제학과에 편입했다.
김씨는 유학 초기 시절 “꿀먹은 벙어리처럼 토론시간 내내 앉아 있거나 문법은 맞지만 어색한 문장으로 쓰인 보고서를 제출해 점수가 잘 나오지 않을 때마다 속상했다”면서 “끈기를 갖고 노력해야 보람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
◇UCLA 출신 동아일보기자의 유학성공법 '5계명'
성공적인 대학 유학 비결은 없을까. 뾰족한 비결은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 사회학과 출신인 동아일보 김정안기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학생이 명심해야 할 노하우 ‘베스트 5’를 정리했다.
1. ‘낭만’은 없다
미팅, MT, 뒤풀이 등 한국 대학 신입생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와 낭만에 대한 기대를 먼저 버려라. 현지 학생들보다 몇 배 이상 노력하면서 한국과 다른 문화에 하루 빨리 적응하고 학습법을 터득해야 한다.
2. 뚜렷한 목표를 세워라
‘못해도 영어는 건진다’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 무엇을 공부하고 졸업 후 무엇을 할지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다양한 인턴십, 학교를 자주 방문하는 유명인사와의 만남, 졸업생들과의 모임, 교수와 개인적으로 면담할 수 있는 오피스 아워(Office Hour)를 적극 활용하라.
3. 자신감을 가져라
교수 학생들과 교류할 때 예의는 갖추되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라.
4.학교제도와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라
대학이 무상으로 지원하는 개인 교사(tutor)제도나 조교(TA)의 지도시간을 잘 활용하라. 대학원 입학제도에 대한 사전 지식, 교육 제도에 대한 정보 수집도 중요하다. 미국 주립 의학 및 치학대학원은 성적이 좋더라고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닌 외국인(F1비자)에게 좀처럼 입학을 허가하지 않는다.
5. 자기 정체성을 지켜라
다양한 이야기를 듣되 쓸데없이 휩쓸리지 마라. 낯선 환경에서 겪는 정체성 혼란은 필연적으로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자신의 생활을 지키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한국의 가족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눠 문화적 차이를 서로 이해하고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교제하는 것이 좋다.
▼스탠퍼드대학 유학 이우진군 인터뷰▼
“미국 명문대가 주는 환상을 빨리 깨지 않으면 좌절하기 십상이죠.”
지난해 서울 대원외국어고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우진군(19)은 “진정한 목적의식이 없으면 유학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대학 교육의 특징은….
“우선 교수와 학생간 경계가 거의 없다. 학생들은 교수와 치열하게 논쟁하면서 ‘당신이 틀린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고 교수는 기꺼이 그 의견을 받아들인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이론화하기를 요구한다. 둘째는 유연하다. 교수가 정한 것과 다른 주제를 연구하고 싶다면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만 하면 된다. 또 경쟁과 효율성이 강조된다. 얼마전 스크린 세이버(screen saver) 프로그램 콘테스트를 수업시간에 열었다. 일등상은 중간고사 100점이었다.”
―생활의 애로점은….
“외롭다. 이곳 학생들은 혼자 밥먹고 잔디밭에서 햇볕을 쬐면서 식당 카페 등 아무데서나 공부한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익숙한 한국 학생은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모국어인 영어로 공부하는 미국 학생이 3시간 공부하면 나는 10시간 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유학 준비생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미국 대학을 지긋지긋한 한국 생활의 도피처로 보면 곤란하다. 전화비 등 사소한 문제부터 모두 혼자 결정해야 한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