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지시'도 뒤집혀▼
이 총무의 흥분엔 이유가 있었다. 당초 여야는 26일 총무회담에서 각자의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30일 표결 처리키로 합의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거세게 반발하면서 여야 합의는 몇 시간 되지 않아 휴지조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26일 총무회담 합의에 앞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정창화(鄭昌和) 총무에게 ‘여당과 합의가 안되면 표결처리를 받아들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의원들의 반발에 밀려 총무회담 합의가 뒤집힌 것은 이 총재의 지도력에도 적지 않은 흠집을 냈다고 할 수 있다.
의총에서 의원들은 총무단을 향해 “표결처리에 합의해준 것은 사실상 원내 다수인 여당의 안을 그대로 받아주자는 얘기”라고 비난했지만 그 바탕에는 “당 지도부가 내년 대선까지의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짙게 깔려있었다.
한나라당은 뒤늦게 자금세탁방지법의 표결처리에 제동을 걸면서 “여당안대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계좌추적권을 줄 경우 계좌추적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총무회담 합의를 번복했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칫하면 야당의 돈줄이 완전히 끊길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FIU에 계좌추적권을 줄 경우 현 정권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야당의 자금을 추적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엄청난 규모의 대선자금을 어떤 방법으로 조달하겠느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여야 협상 과정에서 자금세탁 규제대상에 정치자금을 포함시키기로 전격 결단을 내렸으나 이번 합의 파기로 그조차 빛이 바래고 말았다.
▼23일 합의땐 與가 번복▼
민주당도 23일 9인 소위에서 한나라당의 요구대로 ‘계좌추적권 부여’ 조항 삭제에 합의했다가 하루만에 이를 파기한 전력이 있어 4월 국회가 파행으로 끝날 경우 여야 모두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개혁 3법 내용 및 쟁점 | ||||
법 안 | 내 용 | 쟁 점 | 민주당 | 한나라당 |
자금세탁방지법 | 금융 거래를 통한 자금세탁 예방 및 처벌 | 금융정보 분석원의 계좌추적권 | 검찰 통해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 가능 | 사정 악용 가능성 들어 삭제 요구 |
정치자금 조사 본인 통보 | 삭제 | 선관위 통한 간접 통보 합의 고수 | ||
부패방지법 | 공직자 비리 및 부패 방지 | 특별검사제 | 도입 반대 | 인권위 의결로 특별검사 임명 요청 가능 |
국가인권위원회법 | 인권위 설치해 국가기관 등에 의한 인권침해 방지 및 구제 | 특별검사제 | 도입 반대 | 국회 본회의 의결로 특별검사 임명 요청 가능 |
인권위원 임명 | 대통령이 전원
임명 | 국회(5명) 대법원장(3명) 대통령(3명) 선출 또는 지명 |
돈세탁방지법 일지 | |
시점 | 합의 및 번복 내용 |
2월∼3월초 | 여야 합의로 정치자금을 범죄대상에서 제외키로 합의해 시민단체 반발 |
3월9일 | 한나라당 이회창총재 지시로 정치자금도 범죄 대상에 포함토록 입장 선회하고 민주당도 동의. 정치자금 계좌추적 당사자 통보 조항 이견 |
4월23일 | 정치자금조사 사실 선관위 통해 간접 통보키로 여야 합의 |
4월24일 | 민주당, 여론 반발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연결계좌추적권 강화 및 선관위 사전 통보조항 삭제키로 선회 |
4월26일 | 한나라당, 야당 의원 사정 악용 가능성 들어 재협상 요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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