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리뷰]<더킹>,스토리보다 음악으로 승부한다

  • 입력 2001년 4월 30일 15시 43분


5월5일 개봉되는 한미 합작 애니메이션 <더킹>(THE KING)은 성서에 나오는 다윗왕의 전설을 현대적 감각으로 각색한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국내 제작사 투니파크와 미국의 하이프레이즈사가 공동제작하고 리처드 김과 이충영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이스라엘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 소년 다윗이 블레셋 왕국의 거인인 골리앗을 물리치고 명장으로 성장해 가는 익숙한 스토리를 담았다.

여기에 포악한 사울 왕과 그의 아들이자 다윗의 든든한 친구인 요나단 왕자, 다윗과 어린시절부터 사랑을 키워나가는 미달 공주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들어갔다.

사울왕으로부터 자신의 왕좌를 탐낸다는 이유로 추방당한 다윗이 자신의 형제들과 하느님의 비호 하에 왕국을 건설하고 굳은 신념으로 이스라엘의 통치자로 군림한다는 내용은 충분히 교훈적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겠다는 작품 의도와는 별개로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너무 잘 알려진 소재를 다루다보니 스토리의 전개가 특별할 것 없이 밋밋해져 버렸다. 권선징악의 단순한 구성은 작품의 전개 방향을 미리 예상할 수 있게 만든다.

양을 돌보며 하프 켜기를 좋아하는 소년 '다윗'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친구 같은 캐릭터다. 화면 전반에 흐르는 원색 위주의 컬러링은 화려하다 못해 촌스러운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디즈니 작품들을 연상케 하는 장면 연출은 줄거리와 캐릭터 설정에서 오는 아쉬움을 어느 정도 보완해준다.

사막을 배경으로 400명의 병사가 다윗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신나는 합창을 들려주는 대목은 웅장하게 느껴진다. 또 다윗의 병사들이 왕국을 침입한 변경지역 군사들을 물리치는 장면도 실감나게 그려졌다. 미갈공주와 다윗의 어설픈 러브 스토리보다는 곳곳에 배치된 전투장면들이 늘어지는 내용을 연결시켜주는 고리 역할을 한 셈이다.

한편 이 작품에는 뮤지컬 애니메이션답게 다양한 종류의 영화음악이 삽입돼 있다. 다윗과 미갈공주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부르는 듀엣곡, 다윗이 절망과 위기 속에서 신을 부르며 간절하게 기도할 때 부르는 노래, 다윗을 찾아 사막을 헤매는 미갈공주의 애절한 테마곡들이 극중 대사를 대신해 준다.

그러나 에미상을 수상했던 유명 작곡가 알렉스 윌킨슨, 마이클 가이슬러가 참여한 주제음악들은 그 자체로는 완성도가 높지만 줄거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해 아쉬움을 준다. 러닝타임 75분.

오현주<동아닷컴 기자>vividr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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