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되면 역삼동 금융결제원 맞은편 골목은 난장판이 되고 만다. 이 골목 안에 있는 기사식당, 역삼동북어집을 찾아오는 차들 때문.
이제 역삼동북어집은 일반 손님도 너무 많아 굳이 기사식당이라고 하기도 좀 뭐하지만, 정작 택시기사들은 일반 손님들이 다 빠져나간 1시 이후부터 몰리기 시작한다.
식당 안은 무슨 급식소를 방불케 하는 북새통. 한 자리만 빈자리가 보여도 체면 불구하고 엉덩이를 밀어붙인다.
이 집의 유일한 메뉴는 북어찜. 반쯤 마른 반건북어를 국물을 자작하게 잡아 찌개와 찜의 중간수준으로 쪄낸다. 중간 크기의 북어와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양파, 양배추, 대파 등을 고춧가루로 매콤하게 양념을 하였다. 북어에서 우러난 개운한 맛에 양파와 양배추에서 우러난 달착지근함이 더해지며 담백하게 입에 와 닿는다. 북어살도 부드럽다. 개운하고 칼칼한 국물이 오랜 운전으로 잃은 입맛을 되찾아 줄 만하다.
가격은 4,000원.
계절이 바뀌며 입맛을 잃은 사람들이 있다면 밥 한 그릇을 먹기 위한 치열한 몸싸움을 겪으며 칼칼하고 담백한 북어찜으로 잃었던 식욕을 되찾아 봄직하다.
[eatncoo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