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민사합의28부 문흥수(文興洙) 부장판사는 3일자 법률신문에 기고한 ‘법률과 사랑’이라는 칼럼을 통해 “국민이 사회적 강자에 대해 보다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바라고 있는데도 이 기대가 번번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수뢰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관계 인사들에게 최근 법원이 잇따라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하거나 과감하게 법정구속하지 않은 데 대한 여론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으로 볼 수 있다.
문 부장판사는 “법원과 검찰의 업무는 국민의 위임에 따른 것이므로 재판권과 공소권의 행사가 국민의 뜻에 어긋난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배임행위”라며 “국민이 법률가에게 등을 돌리고 판결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판사들이 주권자인 국민을 덜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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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부장판사는 “이렇게 만든 원인은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판사들을 한 줄로 세우고 모든 인사권을 대법원장에게 집중하는 현재의 관료사법시스템”이라며 “이런 분위기는 역사에 길이 남는 판사가 되기보다 눈앞의 승진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법관의 무더기 이직현상과 관련해 “모든 법관이 퇴직 후 변호사로 나서는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며 “언젠가 변호사를 할 것이라는 잠재의식이 법관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한 진정한 법관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문 부장판사는 99년 수원지법 부장판사 시절 법조비리 문제가 불거지자 법관 전용 통신망에 사법제도의 개혁을 주장하는 장문의 글을 띄워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